MBC '성공시대'“겉치레 미화 싫다”출연 거부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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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일 밤10시50분) 엔 출연을 희망하는 명사들의 꿈이 몰린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한 인물의 삶과 철학, 그리고 그의 회사와 업적을 아름답게 조명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성공' 을 거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도시건축가인 서울포럼 김진애 대표. 그는 제작진의 출연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우리 시대를 망친 게 바로 '성공' 이데올로기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몇사람이 단기간에 이룬 성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현실. 이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생각이다.

"이데올로기의 문제도 있지만 제가 볼 때 이 프로는 기본적으로 미화를 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왜곡하는 거죠. 전 NHK 다큐엔 응한 적이 있어요. 그들은 실제 모습을 가감없이 담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촬영에 응했던 겁니다."

기업인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사했다.

"회사와 직원들이 어려운 시기에 나 한사람을 조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는 말을 건넸다. 이에 제작진은 "벤처기업 사람들의 섭외가 잘 안된다" 고 하소연한다.

소설가 이문열.박완서 등 문화계 인사들 역시 제작진의 바람을 저버렸다.

어려운 시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들으며 희망을 갖게 되는 이 프로의 장점을 간과할 순 없다.

하지만 '성공' 을 거부하는 성공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 제작진의 고백. "어차피, '성공' 한 사람들을 잠깐 만나 그들이 일방적으로 하는 얘기를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프로를 만들었죠. 방영 이후 그들의 성공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낯 뜨거웠던 적도 여러번이었습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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