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생태계 울창하게 강소기업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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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어제 KOTRA가 세계 시장을 누비는 ‘31개 한국의 강소제품’을 소개했다. 노래방 문화가 탄생한 일본에 노래방 기기를 수출하고, 기존 제품 크기의 절반밖에 안 되는 공기청정기는 좁은 주거공간의 홍콩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미국 시장에 휴대전화 결제 시스템을 처음 선보이는가 하면 아랍에미리트의 보도블록은 절반 이상이 한국산 기계가 찍어내고 있다. 러시아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도 한국 업체라고 한다. 척박한 중소기업 환경에서 기술력과 품질,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 제품은 대기업 전유물인 반도체·선박·휴대전화·LCD TV 등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한국산 제품도 자꾸 줄어들어 지난해 기준으로 58개에 불과하다. 중국은 1위 품목이 무려 1029가지다. 한국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독일을 보면 알 수 있다. 866개의 1위 품목을 자랑하는 독일은 독보적 제품을 만드는 오랜 연륜의 강소기업들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질과 양을 아우르는 수출의 성장 기조를 이어가려면 세계 1위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일류 중소기업들이 자꾸 나와야 한다.

정부도 지난 20여 년간 중소기업·벤처업계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50대 기업은 여전히 1970년대 이전에 세워진 대기업과 그 계열사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은 NHN이 유일할 정도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으로 인해 중소기업을 졸업해도 대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세계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는 강소기업들을 가려내 정책적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후발 주자들도 이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더 많은 성공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에 비해 우리 중소기업의 저변은 너무 빈약하다. 경제의 생태계가 울창하고 건강해지려면 더 많은 강소기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