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 극한대립 '폭풍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조업중단속에 노사가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에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7일 회사주변에는 1만5천여명의 경찰이 배치되고 노조도 이에 대비, 농성근로자 수를 늘리고 가족들까지 가세시키는 등 긴장이 감돌고 있다.

경찰은 16일 현대자동차 옆 현대자동차써비스 사무실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도상훈련을 끝낸 데 이어 이날 오전부터 1백20개 중대 1만5천여명의 전경을 회사 8개 정문과 효문사거리.염포삼거리 일대 등에 배치했다.

경찰은 특히 사내에 투입될 전경들에게 방패와 방석복 등을 입도록 하고 가스차와 41m높이의 굴뚝에서 농성중인 전 노조위원장 3명의 투신에 대비한 매트리스를 준비하는 등 진압준비를 완료했다.

또 김형진 (金炯鎭) 경찰청차장과 전병룡 (田炳龍) 경남경찰청장이 이날 오후 헬기로 현장을 돌아본 뒤 상황실에서 투입을 위한 최종점검을 마쳤다.

이와함께 한총련 대학생들이 노조지원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정보가 입수되는 가운데 울산 3개 경찰서 사복형사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 64명의 검거 등을 위해 시 외곽의 검문검색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이 경찰력 투입이 임박해지자 노조측은 방송차량을 동원, 농성 노조원들을 지휘하고 경찰투입에 따른 행동지침을 시달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7시30분 본관정문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 및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 를 갖고 ^정전에 대비, 횃불과 손전등 준비 ^지역별 조편성을 통한 비상연락체계 구성 ^비상식량 준비 ^노조원 천막에서 철야대기 등 공권력 투입때 취할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노조는 또 민주노총 소속 전국사업장으로부터 인원을 지원받아 노조사무실에 긴급 상황실을 설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노조는 농성에 동참하고 있는 부녀자와 어린이 등 근로자 가족들을 노조사무실 옥상에 모이도록 해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서기로 했다.

노조측은 "정리해고자 1천5백38명과 그 가족 등 현재 농성에 가담하고 있는 2천여명 이외에도 근로자들이 파업에 동참키 위해 모이고 있어 본관 앞쪽에 텐트 1백여개를 새로 설치했다" 고 밝혔다.

한편 회사측은 이날 오전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임직원 1만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업정상화 결의대회를 열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과 회사경비원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이날 오후 울산에 도착한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은 오후 7시30분 김광식 (金光植) 노조위원장, 오후 8시10분 정몽규 (鄭夢奎) 현대자동차회장과 잇따라 만난 데 이어 오후 9시50분부터 鄭회장.金위원장 등 노사 대표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 본관 2층 회의실에서 막판 중재를 하기도 했다.

울산 = 황선윤.김상우.우상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