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달라졌어요] 천안중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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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중 심대현 국어교사가 방과 후 학습 정규과정을 마친 뒤 학생들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기말고사 사흘째인 2일 오후 천안중학교를 찾았다. 학교는 오전 중에 시험이 끝나 조용하고 한산했다. 방과후 학교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3층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복도 곳곳에서 필기된 노트를 보며 걷는 남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향하는 곳은 3층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는 150여 명의 학생이 지정된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방과후 학교를 담당하는 심대현(29) 교사는 “방과후 학습 정규과정은 끝났지만 아이들이 여전히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한다. 학습흐름을 유지하고 스스로 공부하던 습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1949년에 문을 연 천안중은 ‘천안 교육의 1번지’로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줄을 설 정도로 명성을 날리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천안중의 전통은 오래된 건물 외벽에서만 느낄 정도로 쇠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부임한 안홍렬 교장은 낡은 책·걸상과 삐걱거리는 창문부터 고치며 “천안중의 옛 명성을 되살려보자”고 교사와 학생들을 독려했다.

◆행복학교 만들기 교사부터=천안중은 올해부터 ‘삼인삼색 행복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1인을 맡고 있는 학교와 교사들의 열의는 어느 때보다 높다. 교과별로 방과후 교사들이 동아리를 조직, 학생 맞춤형수업을 준비했다. 학생의 수준에 맞춰 주요과목을 수업하다 보니 학생의 학습 상황과 학습의 장애요소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토대로 학생의 진로를 고려한 ‘교과 통합형 프로그램’이 탄생됐다. 국어·사회·도덕·역사를 통한한 인문학 강좌와 영어를 비롯한 일본어·중국어의 어학 강좌, 수학과 과학을 통합한 자연계 강좌를 심화운영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서 국어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심대현 교사는 “실제 수업을 담당하는 교내 교사들이 구성된 강사진 덕분에 수업의 연계성을 가지고 심화 또는 보충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동적이고 형식적인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벗어났다. 삼인삼색 행복학교가 도입되면서는 일부 인기 강좌에만 수강이 편중되는 현상이 사라졌다. 또 개설된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중도 폐강되는 강좌도 줄었다.

◆학습량은 스스로 계획=삼인삼색 행복학교를 도입 전 천안중은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방과후 프로그램의 시간과 내용이 교사의 편의로 이뤄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교육내용도 학생들의 수준에 맞지 않아 수업의 단순 연장이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수준별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은 방과 후 공부사랑 동아리를 스스로 조직해 스터디 그룹을 이끌고 있다. 뜻이 맞고 수준이 맞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공부를 돕는다. 천안중 입학 당시부터 방과후 학교에 참가해 온 김보민(3년)군은 학원 대신 학교를 선택했다고 한다. 결국 그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입학 당시 전교 20~30등에 머물던 성적이 전교 1등까지 올랐다. 김군은 “혼자 공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흐트러질 때마다 선생님들이 다잡아 줬다”고 말했다. 김군이 방과후 학교를 통해 성적이 오른 걸보고 주변 친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3학년이 되면서는 김군을 주축으로 몇몇 학생들이 ‘아르케’라는 논술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방과후 학부모동아리 결성=올 3월 초 천안중은 방과후 학교와 관련해 학부모설명회를 가졌다. 직장생활을 하는 학부모들을 배려해 오후 7시쯤 시작된 설명회는 교실이 꽉 찰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다. 이 자리에서 안홍렬 교장은 삼인삼색 행복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학부모와 지역기관들이 1인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학부모들의 참여는 방과후 학교의 수업 형태와 습관이 가정에서도 이어져야 효율적이기 때문에 공조를 제안하게 됐다. 학교는 또 “학년별 방과후 센터를 통해 학부모에게 수강학생의 요구 사항과 학습상황을 상담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설명회를 통해 학부모들은 ‘방과후 학교에 대한 신뢰가 미약했다’고 느꼈던 것과 ‘획일화된 교육에 학부모와 원하는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학교와 학부모와의 관계가 두터워지면서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동아리운영도 활력을 띠게 됐다. 10여 명의 학부모들은 하계방학 때부터 방과후 학교 수강생들의 학습관리를 점검하며 따뜻한 손길을 전할 예정이다.

글=조민재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중학교=1949년 천안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3개의 남자중학교 중 하나다. 60년째 구 도심인 원성동을 지키고 있다. 현재 1~3학년 1473명(43개 반)이 재학 중이다. 60년 간 2만615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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