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체 연구실태]전문인력 없고 방역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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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에볼라 바이러스나 광우병 같은 신종전염병이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이들 질환이 국내에서 창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반도는 인구밀도가 높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일단 전염병이 유행하면 대륙지역과 달리 대유행의 양상을 띨 수 있다.

허술한 국내방역체계도 문제다.

전문인력은 보건복지부내 방역과 직원 10여명이 전부다.

전염병의 경우 초동진압이 중요하지만 일선 방역업무는 전적으로 보건소의 비전문인력이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뇌염.장티푸스 등 토착전염병 관리수준에 머물러 신종전염병에 대한 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병원균을 다루는 실험실 위생관리도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에게 해로울 수 있는 균주 (菌株)가 보관과 배양과정에서 외부로 누출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 사례가 96년 서울대 의대 실험실에서 서울바이러스에 의해 대학원생 4명이 집단으로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된 것. 기압자동조절기나 공기여과기 등 선진국에선 의무화된 실험실내 무균장비가 국내 실험실에는 대부분 갖춰져 있지 않다.

실험동물도 사육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영세한 민간업자가 80%가량 공급을 담당하고 있어 병든 실험용 쥐가 일선 실험실로 유통돼 각종 전염병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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