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 “산이 어디 도망가나. 경쟁하면 무리가”

중앙일보

입력

산악인 허영호 씨는 고미영 대장이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에서 실족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탈진으로 인한 실족 사고 같다"고 말했다.

허씨는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 경험으로 볼 때 해발 8000m 정도에서 탈진이 된다. 마치 술 취한 것처럼 제대로 못 걷고 중심을 잡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실족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허씨는 “등반의 목적은 집을 떠나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라며 “산이 어디 도망가는 게 아니다. 등반은 산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체력도 보강한 다음에 여유있게 해야 하는데 스포츠 경기처럼 경쟁적으로 하다보면 무리가 따르게 된다. 거기에 자연의 힘에 걸려들면 사람이 꼼짝을 못한다”고 말했다.

허영호 씨는 지나친 경쟁을 우려했다. 허씨는 “(산악인들끼리) ‘그 친구들 너무 빨리 간다.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고 염려했는데 결국 사고가 터져 매우 안타깝다”며 “욕심 때문에 8000m 고봉 3~4개를 1년 사이에 달성하려고 하니까 결국 이런 사고가 났다”고 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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