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98' 여성 健脚 눈에띄네…낙오자없이 강행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여자라고 얕잡아보지 마세요. " 11일 오전 6시 대구 종합사회복지관 운동장에는 '희망의 행진 98' 4천리 전구간에 도전하는 여성 21명이 외치는 '파이팅' 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지난 1일 서울 탑골공원을 출발한지 11일째. 하루 평균 40㎞씩 10시간 이상을 걷는 강행군을 거뜬히 해낸 이들 여성은 남성 (51명) 행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건각 (健脚) 을 과시하고 있다.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도 힘든 이번 순례일정에 도전하는 이들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대학생들이 대부분.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고갯길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도 이를 악물고 걷는 이들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행진 이틀째 오른쪽 발바닥이 갈라져 붕대를 동여맨 윤진희 (尹眞熙.21.대학생.충북영동군영동읍) 씨는 "남들보다 한두시간씩 뒤처져 걸어갈 땐 눈물도 났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며 환하게 웃었다.

尹씨의 발을 주물러주고 있는 권미경 (權美京.26.여.피부미용사.서울종로구혜화동) 씨. 權씨는 발목이 퉁퉁 부어 집으로 돌아갔다가 병원에서 '이상없다' 는 말을 듣고 다음날 밤차로 달려온 열성파다.

폭우에 무더위까지 겹친 최악의 날씨를 헤쳐나가고 있는 이들 여성의 참가동기는 의외로 순수하다.

유일한 자매 참가자인 하정자 (夏貞子.24.전북전주시금암동) 씨는 "그동안 소원했던 동생과의 정을 쌓기 위해 참가했다" 고 말했고, 이주희 (李珠熙.22.건대 축산과3) 씨는 "축산학도로서 고통받는 농가를 돕기 위해 당연한 일을 할 뿐" 이라고 밝혔다.

대구 =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