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시대] "전통테마 살리니 수입이 짭짤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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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휴심 펜션. 김남수씨가 오랜 준비를 거친 뒤 전통 체험을 테마로 운영하고 있다. 박원갑 기자

강원도 강릉 시내에서 차를 타고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가다 보면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여러 채의 한옥이 눈에 띈다. 김남수(37).안순규(39)씨 부부가 직접 지어 운영하는 강릉시 저동의'휴심(休心)'펜션이다. 휴심은 전통가옥으로 지어져 외양이 우선 색다르다. 金씨는 "서구식 목조주택인 여느 펜션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단 시선 끌기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펜션 안으로 들어가 보면 金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선시대 양반 집을 연상케 하는 전통 기와집, 화전민들이 살던 통나무 귀틀집, 1960년 대만 해도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초가집…. 마치'미니 민속촌'을 연상케 한다. 휴심 펜션은 지난해 12월 강원도에선 처음으로 휴양 펜션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강릉 토박이인 金씨가 이런 펜션을 짓기로 결심한 것은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아시아 대학 유학시절 때다.

"당시 일본엔 전통가옥으로 짓는 고급 민박시설(펜션)이 많이 들어섰죠. 고향에서 전통 한옥 펜션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金씨의 구상이 구체화한 것은 이로부터 10년 뒤다. 모 업체의 해외영업사원으로 스리랑카에서의 4년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2001년 초. 회사 생활을 접고 펜션 부지를 찾아다녔다. 마침 이곳의 밭 530평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땅을 보는 순간 펜션 부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포대에서 걸어서 5분 거리로 가까운 데다 주변이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삼림욕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전통가옥으로 짓다 보니 공사 기간이 2년 6개월이나 됐다. 지난해 7월 완공했다. 부부가 사는 공간을 포함해 총 7개 동 7~36평 16실 규모다. 이 펜션을 짓는 데 땅값(평당 40만 원)을 포함해 10억여원이 들었다. 金씨는 "전통 한옥으로 지어 건축비가 평당 400만~450만원으로 일반 목조식의 두 배나 들었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 시설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가마솥 아궁이에 직접 장작을 지펴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하거나 자연석을 얹은 황토 아궁이에 불을 넣어 고기를 구워먹는 돌판구이도 마련했다. 그는"단순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자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그래서 창포에 머리감기.널뛰기.장작 패기 등 전통 문화행사도 수시로 갖는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 단골 손님이 부쩍 늘었다. 비수기 땐 단골 비중이 30~40%에 이른다. 이곳에서 만난 이은호(3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지난 6월 이곳을 찾았다가 분위기가 너무 좋아 한 달 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왔다"고 말했다.

휴심 펜션은 외국인에게도 제법 알려져 이탈리아.일본.스위스 사람들이 다녀갔다. 지난 5월 말에는 일본 여성단체 임원, 시.도의원 20여 명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며 머물기도 했다.

자신을 머슴과 하녀로 부른다는 金씨 부부. 고객들에게 몸을 낮춰 감동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부인 安씨는"소규모 펜션의 경우 홍보엔 한계가 있어 손님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한번 다녀간 손님은 단골로 만들어야 안정적인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휴심 펜션의 연간 가동률은 4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수익률은 투자금 대비 연 15% 선이라고 金씨는 귀띔했다.

金씨 부부는 투호.떡치기.짚신 만들기.굴렁쇠 굴리기 등 민속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30평 규모의 공방.전시장도 만들어 민속예술 작품과 도자기를 전시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2001년부터 올 초까지 한국어.일본어.영어 등 3개국어의 강원도 관광안내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한 金씨는 일본어는 통역을 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金씨는 "올 가을 일본 연예인들이 이곳을 찾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펜션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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