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퇴출 배경과 전망]예고됐던 '구조조정 폭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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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험업계에도 본격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쳤다.

우선 부실이 심한 4개 생명보험사가 퇴출되는 데 이어 보증보험사도 이번주중 처리방향이 정해진다.

신설 생보사의 부실은 오래 전부터 예고돼 있던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88년 정부는 보험시장을 개방하면서 생보사 설립인가를 의도적으로 많이 내줬다.

외국보험사의 입지를 제한하기 위해 먼저 국내시장에 '물타기' 를 하자는 취지였다.

잡음도 많았지만 이렇게 해서 삼성.교보.대한.제일.흥국.동아 등 6개사에 불과하던 생보사는 몇 년 만에 33개로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과당경쟁이 일어났다.

초기 영업망확보에 목돈이 많이 드는 보험업의 특성 때문에 적자가 쌓여 자본금을 까먹은 곳도 많이 생겼다.

정부 또한 이를 예상하면서도 외국보험사를 견제하기 위한 소모품으로서의 효용가치를 더 쳐 줬다.

결국 생보사들의 집단부실화는 이를 충분히 예상했으면서도 무더기 인가를 내 준 정부의 '미필적 고의' 인 셈이다.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보험사들이 생겨나자 정부가 금융구조조정 일정에 포함시켜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은행퇴출과 달리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 듯하다.

이미 구조조정 일정이 예고돼 있었던 데다 보험사의 경영통계도 수시로 공개돼 왔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은 퇴출대상을 예상하고 중도해약을 꾸준히 해왔다.

퇴출대상 생보사들도 중도해약이 늘어나자 자금확보를 위해 기업여신을 회수해 거의 정리해 둔 상태다.

따라서 부실생보사 퇴출에 따른 대출기업들의 자금경색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감독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보험사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보험사를 그때그때 정리하기로 했다.

부실을 계속 끌고 가다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보다 수시로 하는 것이 충격이 적다는 판단이다.

금감위는 이를 위해 자산건전성이 나빠진 H.S 등 일부 생보사들에 대해 자구계획을 다시 내라고 지시했다.

금감위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추가퇴출이 불가피하다.

반면 삼성.교보.흥국.제일 등 기존 대형사들은 퇴출사의 계약을 인수해 몸집을 더욱 불려 나가게 된다.

은행권과 달리 생보업계에서는 이미 이들이 선도 (先導) 보험사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던 터라 앞으로 대형사와 소형사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퇴출생보사의 직원들의 고용승계에 관해서는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계약이전 방식의 경우 인수사가 직원을 떠안을 필요는 없다.

다만 장기계약이 많은 보험의 특성상 인수사의 필요에 따라 계약을 관리할 직원들을 계속 고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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