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가족친화 경영, 매출도 수익도 꾸준히 늘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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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유한킴벌리의 경영 방식은 독특하다. 남들은 고용 유연성을 부르짖으며 비정규직·아웃소싱 등의 방법으로 비용 줄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이 회사는 정반대다. 노동법이 보장하는 내용이지만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한다. 초과 근무도 없다. 게다가 정년까지 근무가 보장된다. 그러면서도 경영 상태는 수준급이다. 이은욱(사진) 고객지원실 총괄 부사장은 가족친화 경영을 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한킴벌리가 21세기 기업의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가족친화 경영인가.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지금의 출산율이 이어지면 2300년이면 우리나라 인구는 소멸한다. 유한킴벌리는 기저귀를 만드는 회사다. 인구가 줄면 결국 회사 매출도 줄어든다. 출산율에 기업의 운명이 걸려 있는 만큼 책임도 느껴야 한다.”

-그건 기업보다는 정부가 할 얘기 아닌가.
“그렇지 않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도 할 수 있다. 가족친화 경영은 저출산 시대의 사회적 명분이지만 기업의 이익과도 연결된다. 우리 회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가족친화 경영을 해 오면서 매출은 물론 수익도 상승해 왔다.”

-가족친화 경영을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인사 관리도 힘들 텐데.
“비용을 안 들이고 생각만 바꿔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시차 출퇴근제다. 여직원이 아이를 잘 돌보고 출근할 수 있다면 오히려 업무 효율은 증대된다. 생산직 근무 형태를 4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꾼 것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다. 주당 근무시간은 양쪽 모두 42시간이다. 하지만 한쪽은 7일 일하고 이틀 쉬는 형태인 반면, 다른 쪽은 4일 근무 뒤 4일 연속 쉬는 형태다. 사원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4조 2교대에서 월등히 높다.”

-본사 여직원 비율이 40%를 넘는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으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나.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남자 직원들에 비해 부정적인 행위가 덜하고 사고율도 낮다. 여성 비율이 높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우리 회사는 진작에 문을 닫아야 했다.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노동은 19, 20세기 산업화 사회의 노동과 다르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시차 출퇴근제는 하루 근무 시간이 일정하다는 전제가 먼저 성립해야 하는데.
“물론 부서에 따라서는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무직은 성과 중심의 업무 형태이기 때문에 시차 출퇴근제가 가능하다. 만약 하루 8시간 근무만으로 일을 못 마친다면 그건 본인의 책임이다. 새 제도를 받아들이는 조직문화도 중요하다. 우리도 시차 출퇴근제가 정착되기까지 2~3년 걸렸다. 이제는 상사가 남아 있더라도 부하 직원이 부담 없이 일어서는 문화가 갖춰졌다.”

-시차 출퇴근제와 육아휴직 사용 등에 부작용은 없었나.
“처음에는 걱정이 됐다. 직원들의 근무 기강이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혜택을 누리면서 책임감과 애사심이 더 강해졌다. 생산직 근로자들도 4조 2교대로 바뀌면서 사고가 유연해지고 삶에 여유가 생겨났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안전 사고는 줄어들었다. 덕분에 노조가 있긴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한 차례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가족친화 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이직률(2008년) 0.2%가 모든 걸 설명해 준다. 여직원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가족친화 경영을 하기 전인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에 매여 살던 간부들의 삶도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결국에는 착한 기업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또 그런 기업이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가족친화 기업이 다른 기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알려 줘야 한다. 또 기업체가 변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 등을 통해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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