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이 포수?…해태전서 비상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숨어 있던 대단한 포수 (?) 를 발견했다' .

올시즌 호랑이에서 사자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순철 (37) 이 8일 해태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0회부터 포수마스크를 쓰고 깔끔한 안방리드로 팀의 3 - 2 역전승을 이끌었다.

광주 서림초등학교 5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가 포수마스크를 써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삼성은 9회말 양준혁의 투런홈런으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두명의 포수 (정회열.김영진) 를 모두 동원하는 바람에 안방에 구멍이 생겼다.

삼성 벤치는 고육지책으로 9회 김영진 대신 대타로 나선 이를 선택했다.

벼랑끝에 몰린 심정으로 포수석에 나온 이는 중견수 수비때 본 눈짐작과 더그아웃에서 지켜본 볼배합 등 온갖 야구센스를 총동원, 구원등판한 파라를 리드하며 백전노장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파라 - 이순철 배터리는 2이닝 동안 7타자를 맞아 1안타만 허용했고, 지승준에게는 삼진까지 잡아냈다.

경기후 삼성 서정환 감독으로부터 "웬만한 포수보다 볼배합과 리드가 좋았다" 는 칭찬을 받은 이는 "이번 기회에 포수로 전향해 마흔살까지 선수생활을 해야겠다" 며 익살을 부렸다.

김현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