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공포 중국 우한 한국기업인도 제방쌓기 차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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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폭풍 전의 고요. 태풍 전의 적막. 아니 그 어느 것도 아니다.

9일이면 닥칠 제4물마루를 기다리는 우한 (武漢) 시민의 심정은 공포 그자체다.

아직 제방내에 2m의 여유는 있다지만 격렬하게 흘러가는 황톳빛 물덩어리는 7백23만 시민들을 두려움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며칠 전부터 정부에서 국영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제방 구간구간을 할당해 감시.감독하게 하더니 갑자기 사태가 급박해졌어요. 외국 기업에 제방을 쌓는 인원 2명을 차출해달라는 공문이 왔어요. 전에 없던 일이에요. 우한시 전체가 초비상사태에 들어간거죠.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중국 우한관에 근무하는 양장석 (梁壯錫.37) 씨는 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초조한 목소리로 현지의 급박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왔다.

梁씨는 "홍수사태가 시작된 이후 시내를 구비구비 흘러가는 양쯔 (揚子) 강 3백60㎞ 길이의 제방틈을 따라 물이 들어오거나 시내에 물기둥이 치솟아 올라 소동이 벌어졌다" 면서 "7일과 8일 이틀 사이에는 비상도로를 만든다며 제방 40m 안에 있는 건물.창고.공장을 모두 긴급 철수하게 했다" 고 전했다.

강도 모습이 완전히 변했다.

원래 시내를 흐르는 양쯔강 제방 안쪽 둔치에는 공원도 있고 놀잇배도 떠다녔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 강 절반정도 흐르던 물은 2㎞ 넓이의 강 양끝 제방을 꽉 채운 격류로 돌변했다.

梁씨는 "주 제방이 워낙 튼튼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홍수가 워낙 오래가다보니 주 제방중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된 부분이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많다" 고 전한다.

그는최근 3일간 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져 시내에 차를 갖고 나가면 밀려드는 물이 차에 스밀 정도로 물이 넘쳤다" 며 "교민들은 모두 73명이 있는데 아직 문제는 없고 비상연락망을 만들어 연락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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