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무대 다시 밟은 '명성황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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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 브로드웨이 첫 진출 한국뮤지컬인 '명성황후' 가 다시 뉴욕을 울리고 있다.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스테이트극장에서 7월31일 막이 오른 '명성황후' 는 한국고유의 색감을 살린 화려한 의상과 춤사위로 한국뮤지컬의 볼거리를 한껏 과시하는 동시에, 죽음에 직면한 국모 (國母) 의 위엄있는 '우국의 대사' 로 객석을 감동시켰다.

두 명의 명성황후 중 개막무대를 장식한 것은 소프라노 이태원. 관객들은 이태원의 기품과 힘을 아리아들엔 박수를 치고 명성황후 시해장면과 이어지는 소복차림의 가상부활장면에선 곳곳에서 눈물로 답했다.

"백성들아, 일어나라, 일어나라…용기와 지혜로 힘모아 망국의 수치 목숨 걸고 맞서야 하리…조선이여 무궁하라, 흥왕하여라. " (합창곡 '백성이여 일어나라' 중에서) 사뭇 뉴욕이 아니라 한반도를 향해 부르는 듯한 마지막 노래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명성황후' 의 두번째 뉴욕나들이를 반겼다.

이번에 새로 삽입된 무과급제 장면은 태껸에서 따온 독특하고 힘찬 춤사위로 시선을 모았다.

덕분에 이전의 무대에서 시해주범 미우라 (김성기 분) 의 냉혹한 날카로움에 밀리던 호위대장 홍계훈 (김민수 분) 은 순정 (純情) 의 무인 (武人) 으로 부각돼, 큰 박수를 받았다.

'명성황후' 는 23일까지의 뉴욕공연에 이어 9월11일~10월4일에는 LA 슈베르트극장 공연에 돌입한다.

총42일간 60여회로 예정된 뉴욕.LA공연의 총경비는 4백만달러선. 그러나 제작.연출자인 윤호진씨는 객석 점유율 65%만 넘기면 이제까지의 경비를 모두 뽑고 그다음부터 공연은 어려운 한국에 달러를 가져가게 된다고 기대에 넘쳐있다.

'최초의 미국진출 뮤지컬' 에서 '자력갱생 뮤지컬' 으로 이어져야할 '명성황후' 의 걸음이 지금 뉴욕에서 첫발을 떼고 있는 것이다.

뉴욕 =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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