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어린이집 인근 주유소 불법 건축허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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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용화동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린이집 담을 사이고 두고 주유소가 신축 중이다.(사진)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주유소는 위험물 저장 시설로 어린이집과 최소 50m 이상 떨어져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주유소는 불법 건축물일까? 아산시는 4월 주유소 사업자 A씨에게 건축신고필증을 교부했다.

시 담당자는 예전부터 석유판매업을 해 오던 시설을 부수고 주유소를 신축하는 사업이라 별 생각 없이 건축허가를 내줬다. 석유판매업이나 주유소를 같은 것으로 보는 건축법만 놓고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영유아보육법은 다르다. 2005년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 인근에 주유소를 신축하지 못하도록 거리제한을 두고 있다. 시 담당 공무원은 어린이집 원장 B씨가 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난 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최근 주유소 지붕(비 가림 시설)가 올라가고 나서야 뒤늦게 시가 주유소 신축 허가를 내준 사실을 알았다”며 “행정심판과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미 95% 가까운 공정이 진행된 주유소 사업자 A씨가 “공사를 중단하라”는 시의 명령을 순순히 따를 리 없다. “건축허가를 내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중단하라면 주유소 용도로 지은 건축물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하소연이다. 어린이집 원장 B씨 역시 코앞에 신축 중인 주유소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어느 학부모가 주유소와 맞붙어 있는 어린이집을 마음 놓고 보내겠느냐”는 것이다. 시 담당자는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대전 모 구청 공무원이 25m 떨어져 있는 어린이집 위치를 살피지 않고 주유소 건축허가를 내준 뒤, 사업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주유소 사업자는 건축허가를 내준 해당 구청이 주유소 사업 인허가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아산시 용화동 사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주유소나 어린이집 모두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된 2005년 이전 시설이라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린이집은 2002년에 개원했고 석유판매시설은 이에 앞선 1997년 개업했다. 어린이집도 법 개정 이후인 2005년 말 한차례 시설을 확장하고 정원을 늘렸지만 시 공무원으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 B씨의 소송 대리인은 “어린이집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유소가 들어 선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사건”이라며 “이해 당사자(어린이집과 주유소)가 합의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 만큼 법정소송을 통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아산시 건축지도관리팀장은 “영유아보육법을 살피지 않고 주유소 건축허가를 내준 잘 못은 인정한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합법적인 건축물이 개정 이후 불법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영유아보육법 개정 당시(2005년) 정부 차원에서 이전 시설에 대한 특례조항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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