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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경제권 육성 5년간 50조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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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8일 “광역 경제권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50조원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09 지역발전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제한 ‘광역 경제권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이라는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정부는 ‘5+2 광역경제권(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구경북권·동남권+강원도·제주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09 지역발전 국제컨퍼런스’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한승수 국무총리의 축사를 듣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역발전 정책의 새로운 지평:공동 번영과 경쟁력’이란 주제로 9일까지 진행된다. [뉴시스]


이 차관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위해 광역 경제권별로 비전·지역 우선순위 등에 따라 권역별로 4~5개씩, 총 30개의 선도 프로젝트를 중점 지원해 광역 경제권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필요한 재원 50조원은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을 활용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 차관은 “집중 지원을 통해 경제자유구역·혁신도시·기업도시 등을 광역 경제권의 성장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간선 도로망·철도망·국제공항·항만 등 광역 기반시설도 적기에 확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막한 ‘지역발전 국제컨퍼런스’는 피터 홀(런던대), 안드레아스 팔루디(델프트공대), 마이클 스토퍼(런던경제대), 박삼옥(서울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발전 정책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주제로 9일까지 진행된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개막식 축사에서 “주요 선진국의 지역발전 정책은 경제단위의 광역화를 추구하고 인접한 국가 간의 결속과 사회적 통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지역발전 정책도 세계사적 변화에 맞춰 지역 간 통합과 지속 가능한 상생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지역발전위원회의 최상철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계화·분권화·거버넌스·녹색성장 등 네 개의 주요 도전과제가 지역성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선진 국가들의 경험을 교류해 우리가 직면한 지역발전의 도전과제에 맞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주요 선진국의 지역발전 정책 동향과 경험을 공유하고, 광역 경제권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 비전과 추진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강연과 주제발표, 토론, 그리고 유관 학회 세미나 등 다양한 학술행사가 펼쳐진다.

강갑생 기자

“지역 발전하려면 특화산업 키우고 인재 순환 필요”

박삼옥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시대별로 공간 분할을 제시하며 지역 불균형을 진단했다. ▶1970~80년대 서울에는 본부, 지방엔 공장 ▶80~90년대 서울엔 하이테크산업, 지방엔 로테크산업 ▶90~2000년대, 서울은 지식집약산업, 지방은 제조업 식으로 노동 공간이 분할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국 지역발전 정책의 장기비전과 발전전략’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고 그에 따라 인재와 지식집약산업도 집중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직 대 관리직, 지방정부 대 중앙정부, 보수 대 진보 등 비공간적 사회 갈등도 국가 성장과 지역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왔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 다양한 문화와 환경·자원 같은 지역적 특징들이 지역개발에 활용되지 못한 측면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 정책을 위한 장기전략으로 진흥기반의 명확한 정책을 꼽았다. “중앙정부 권력의 지방 분권화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장기적인 경제적 발달을 꾀하자”는 취지다.

박 교수는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과 다양한 경제주체 사이의 협력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역적으로 특화된 전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퇴직한 전문가 인재를 활용하고, 지방에 우수한 고교를 육성하는 등 인재를 순환하는 정책도 지역 균형발전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삼옥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21세기 지역 발전은 문화·기술적 유형 소프트웨어가 중심”

“한국은 4851만 명 인구가 9만8480㎢의 땅에 모여 살고 있는 작은 나라다. 포르투갈이나 미국의 인디애나 주 정도의 작은 면적임에도 인구의 절반과 3분의 1에 달하는 서비스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겪고 있다.”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건축계획학과 교수는 ‘새로운 지역발전 정책 방향에 대한 국제적 시각과 경험’이라는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지역정책학자로는 처음으로 1998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Sir) 작위를 받은 석학이다.

홀 교수는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혁신 클러스터(산업단지)를 전국 각지에 퍼지게 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다국적 기업은 여전히 수도권 밖에 자리 잡기를 꺼리고 지역 기반 기업은 세계 무역망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문제점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홀 교수는 미국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의 ‘창조도시론(Creative City)’을 인용하며 지역발전정책에 대한 시각 교정을 주문했다. 고속도로·공항 등 하드웨어에 집중하지 말고 개방적 분위기 등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그는 도시발전의 유형을 ▶문화·지성적 도시 ▶기술·생산적 도시, 이 둘이 합쳐진 ▶문화·기술적 도시 등 세 가지로 제시하고, “21세기의 지역발전은 문화·기술적 유형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터 홀 영국 런던대 건축학과 교수

“전 국토 5+2로 나눠 각각 경쟁력 가진 자립적 지역 만들겠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지역발전 정책의 핵심은 광역경제권 구축이며 전 국토를 7개(5+2)의 광역경제권으로 나눠 각각 경쟁력 있는 자립적 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위기의 완전 극복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역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흡수할 수 있는 지역의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광역경제권 구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비전과 사업을 조정하고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재정을 통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4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2010부터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로 개편키로 결정했다.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는 약 9조원 규모로, 지역 주도의 개발사업 지원과 광역경제권 사업 지원으로 구성된다. 이 차관은 “지역의 경제활성화 노력으로 증대된 지방 세수는 지자체에 돌려주는 지역발전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하겠다”며 “광역경제권별로 1~2개의 거점 대학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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