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계열사 4조원 내부거래 80사에 722억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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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삼성.대우.LG.SK 등 5대 그룹 소속 80개 기업이 내부거래를 통해 35개 계열사에 97년 4월~98년 3월까지 총 4조2백63억원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1차 내부거래 조사결과 밝혀졌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이들 80개 지원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7백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그룹별로는 현대가 35개사 2백26억5천1백만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내게 됐으며 ^SK 12개사 1백90억5천1백만원^삼성 7개사 1백14억1천9백만원^LG 20개사 1백1억9천4백만원^대우 6개사 88억7천3백만원의 순이다.

29일 전윤철 (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 6월 5대 그룹을 대상으로 사상 처음 실시한 자금.자산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1차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田위원장은 "조사결과 각 그룹의 주력기업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의 회사채.기업어음 (CP) 을 고가에 사주거나 후순위채 매입.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계열금융회사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부당 내부거래 실태를 적발했다" 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자동차 등 주력기업들이 자본잠식상태인 대한알루미늄공업.현대리바트가 발행한 무보증 사모전환사채와 친인척 경영회사인 한라건설.만도기계 등이 부도직전 발행한 기업어음을 정상가보다 비싸게 매입해주었다.

삼성그룹은 계열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이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해 삼성자동차.삼성에버랜드 등 계열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을 정상가보다 비싸게 사준 사실이 밝혀졌다.

또 ㈜대우 등 대우그룹 4개 계열사, LG반도체를 포함한 LG그룹 14개 계열사, SK상사 등 SK그룹 6개 계열사는 각각 대우증권.LG증권.SK증권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을 일반 회사채보다 현저히 낮은 금리로 인수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1차조사에 이어 5대 그룹 40개 기업에 대한 2차 부당 내부거래 조사도 마무리해 8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의 1차 조사결과에 대해 5대 그룹들은 "업계의 오랜 관행을 무시하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협하는 조치" 라며 강력 반발, 이의제기 및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정부.재계 간에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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