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알려주는 몸의 변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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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예민한 관찰력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사소한 신체변화지만 의외의 중병을 암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톱이나 홍채같은 특정부위나 대.소변의 작은 변화가 숨은 중병을 찾아내는 실마리 역할을 한다.

◇손톱〓K씨 (40) 는 유난히 둥글고 통통한 손톱 때문에 중병을 찾아낸 케이스. 의대생 조카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K씨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곤봉지 (棍棒脂) .폐암이 원인이었다.

곤봉지란 말그대로 손끝이 둥글게 곤봉모양으로 부풀어오르며 손톱과 피부가 이루는 각도가 180도를 넘는 병적인 손톱모양. 원래 없었던 곤봉지가 손톱에 나타나면 폐나 심장 등 전신에 심각한 중병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손톱에 세로로 가느다란 하얀 선이 서너개 나타난다면 콩팥질환이나 비소중독, 악성림프종일 수 있으며 가로로 고랑처럼 깊게 패인 선은 거식증이나 영양실조때 나타난다.

가운데 움푹 들어가 숟갈 모양으로 휜 손톱은 철결핍성 빈혈이 심할 때 나타난다. 이밖에도 출혈성 붉은 반점이 생기면 세균성 심내막염, 손톱이 굵고 잘 부스러지며 하얀 가루로 떨어지면 손톱무좀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손톱은 케라틴단백질이 순조롭게 체내에서 합성되어야 제 모양대로 만들어진다" 며 "손톱의 이상은 전신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고 강조했다.

◇대.소변〓자장면 색깔을 띤 검정색 대변이 나온다면 초응급상황이므로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상복부 위장관의 출혈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식도출혈이 잘 되는 간경변환자나 위장천공이 나타날 수 있는 위궤양환자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대변색깔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변의 굵기가 갑자기 가늘어진 경우도 위험한 케이스. 대장암이 유력한 원인이다. 물에 뜨는 대변은 지방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생긴다.

음식물중 지방함량을 줄여야 한다.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기는 지도 눈여겨 볼 것.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콩팥에서 빠져나오는 단백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전문의 하일수 (河一洙) 교수는 "거품이 날 땐 시간이 지나면서 거품이 없어지는지 지켜봐야한다" 고 충고했다.

단백뇨일 경우 시간이 지나도 거품이 없어지지 않는 반면 구토나 설사, 또는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아 소변이 농축된 경우에 생기는 거품은 금새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소변의 색깔은 섭취한 음식물이나 약물로 변화할 수 있으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혈액이 섞여나올 땐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한다.

혈뇨는 콩팥.방광.요도 등 비뇨기계 질환을 의미한다.

◇홍채〓눈 속에서 카메라의 조리개 역할을 맡고 있는 홍채도 신체의 이상을 알아볼 수 있는 부위. 모양과 색깔변화로 질병의 유무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한방병원 한방내과 한창호 (韓昌澔) 과장은 "홍채는 자율신경의 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유력한 신체부위로 특히 콩팥.방광 등 비뇨기계 질환과 자궁.난소 등 부인과 질환의 진단에 유용하다" 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 의공학자 김대훈 (金大訓) 박사팀이 개발한 홍채진단장비를 통해 원광대한방병원 등 전국 20여개 한방병원에서 홍채검사가 가능하다.

10분 남짓한 검사시간에 아프지 않고 편리한 것이 장점이며 검사비용은 1만5천원~2만원 가량 소요된다. 그러나 특정질병과 홍채와의 관련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다 질병이 없는데도 질환이 있는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이 단점.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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