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에도 세금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르면 내년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전세로 집을 빌려 줄 경우 월세를 받을 때처럼 임대소득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주택 이상 보유자 명의로 된 주택은 50만~60만 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보증금에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재정부 주영섭 조세정책관은 이날 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현행 소득세가 분리과세로 돼 있어 소득 사각지대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전세 임대소득세 도입이 필요하다”며 “특히 다주택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다시 집을 사는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고 있어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조세연구원에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받았으며 이날 공개 토론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8월께 과세 대상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세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세보증금 임대소득세는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임대한 주택에 한해 물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행 초기 반발을 줄이고, 임대자가 세금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조세연구원 성명재 선임연구위원은 “3주택 이상 보유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시장 가격을 무시하고 전세금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전세보증금 합계가 3억원을 넘지 않으면 계속 비과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임대자와 서민·생계형 임대자의 세금 부담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부에서는 월세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1주택자라도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전세 준 경우에는 임대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과 수도권의 상당수 주택이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다. 집값이 9억원이 넘어가는 경우에는 1주택자도 월세 임대소득세를 낸다.

연구원은 월세나 사글세로 사는 세입자의 임차비용에 대해 소득공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공제 대상은 ‘연 급여 3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근로자가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이하 주택을 빌린 경우’로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공제 한도는 월세나 사글세의 40%, 연간 300만원 이내로 할 것을 권고했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