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월마트]국내 할인점 시장 휩쓰는건 시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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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견기업체 姜모 사장은 최근 미국 월마트에서 5달러에 파는 상품을 제조업체로부터 8달러에 수입했다. 컨테이너 4개분 물량을 주문하면서 제조업체에 값을 깎아달라고 요구했으나 결국 월마트 소비자 가격보다 비싼 값에 살 수밖에 없었다.

姜사장은 "월마트 물건 값이 얼마나 싼지를 실감했다" 고 말했다.

이는 무엇보다 월마트가 전세계 3천4백여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바잉 파워' 로 제조회사를 쥐고 흔들 만큼 위력적인데서 나온다.

한국마크로를 인수하면서 한국시장에 진출한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진출은 국내 유통업계를 '빅뱅' 의 격랑으로 내몰고 있다.

앞으로 국내 할인점시장은 다국적 유통업체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가격파괴' 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으로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이익이지만,가뜩이나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경쟁업체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월마트는 우선 10개 점포로 출발한다.

그러나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킴스클럽까지 인수할 경우 국내 할인점시장을 평정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예상되고 있다.

킴스클럽을 운영하는 뉴코아백화점 관계자는 "월마트가 다른 유통업체 인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며 "20~30개 점포를 단숨에 열어 국내 할인점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월마트의 강점은 막강한 정보시스템. 2개의 인공위성으로 전세계 점포를 손바닥 들여다 보듯 관리한다. A점포에 B상품이 모자라니 C지점을 달리고 있는 트럭이 이동해 채워주라고 지시할 정도다.

자금조달 금리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월마트는 연리 2~3%짜리 자금을 쓰고 있어 국내기업 (연 15%이상) 과 비교가 안된다.

이런 월마트와 대항할 여력이 있는 곳은 신세계 E마트와 프랑스 까르푸 정도. 신세계로부터 프라이스클럽을 인수한 미국 코스코는 3개 점포 뿐이어서 다소 뒤처져 있고 프랑스 프로모데스는 1호점도 못낸 상태. 삼성.롯데 등 할인점사업에 후발로 뛰어든 대기업도 월마트를 상대하기는 힘겹다.

결국 월마트.E마트.까르푸의 3파전 구도 아래 후발.하위업체간 생존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업체의 '퇴출' 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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