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놀라운 2분기 실적 … 기업이 마지막 버팀목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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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삼성전자가 어제 2분기(3~6월) 영업이익이 최대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공개했다. 머지않아 LG 등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잿빛 실적이 꼬리를 무는 미국과 대비되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은 2분기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과감한 선제 투자와 혹독한 비용 절감 노력이 성과를 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낮았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의 놀라운 실적은 단지 환율 효과 덕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런 ‘깜짝 실적’은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내놓은 LED TV나 신형 휴대전화 등이 히트를 치면서 우리 기업의 세계시장 지배력은 높아지고 있다. 적자에 빠졌던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도 흑자로 돌아서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계 주식시장이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한국 기업의 실적이 전 세계의 경기 회복 신호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면 한국 기업들이 가장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예언은 빈말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미국 실업률이 70여 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면서 경기가 다시 나빠지는 더블 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 상반기의 반도체·LCD·휴대전화의 예상 밖 특수는 재고 소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경제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기준금리가 워낙 낮은 데다 올 상반기에 재정투자가 집중되면서 경기를 부추길 정책 수단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댈 버팀목은 기업들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는 기업의 생산·투자·수출이 늘어나야 우리 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려면 환율 효과가 사라져도 버틸 수 있는 탄탄한 기업 체질을 유지해 가야 한다. 기업 실적의 놀라운 청신호가 계속돼야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