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대비하며 중국을 다시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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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공포의 순간이 장기 투자자에겐 기회다.”

‘가치투자 신봉자’인 두 사람의 주장은 하나로 통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사진左) 회장과 일본 사와카미투자신탁의 사와카미 아쓰토 사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기에서 생겨난 기회를 잡을 것”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달라진 중국 관련 주에 주목했다. 2003~2007년 국내 증시를 주도한 건 중국 기업의 투자 확대로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냈던 철강·조선 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 덕을 톡톡히 보는 건 중후장대 산업이 아닌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소비재 산업이다. 중국 수혜주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은 중국의 굴뚝에 주목했지만 이제는 중국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와카미右 사장은 인플레이션에서 기회를 찾았다. “각국 정부가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돈을 뿌릴 거고, 경기가 호전되기 시작하면 오일쇼크 이후 30년 만에 초인플레이션이 생겨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예금이나 채권에 묶여 있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풀려 나오는 신호가 된다. 그는 “일본은 가계 자산에서 주식·펀드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55%가 예금”이라며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이 55%의 자금이 움직이면서 장기 투자자에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사와카미 사장은 1999년 사와카미투신을 설립해 최초로 ‘펀드 직접 판매’를 도입했다. 현재 이 회사는 고객 수 12만 명, 운용 규모 2조8000억원의 운용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출범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판매사를 통하지 않는 직접 판매를 내걸고 3개의 공모펀드를 운용 중이다. 인기나 수익률이 아닌 운용철학을 보고 펀드를 선택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강 회장은 최근 3년 이상 펀드에 가입한 고객이 손실을 보면 수수료를 돌려주는 상품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관련 법이 마땅찮아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고객이 손해 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다른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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