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오늘소극장서 공연 '터미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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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극단 '보따리' 가 대학로 오늘소극장에서 공연중인 '터미널' 은 그야말로 신인무대다.

탤런트 장동건과 함께 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던 연기과 1기생 4명을 포함, 대부분의 배우와 스텝이 '대학로 초짜' 들이다.

희곡과 연출을 맡은 홍성보 역시 서른 안쪽의 다른 배우들과 같은 또래. 이들의 무대는 예기치 않은 웃음을 준다. 제작진이 의도한 웃음보다는 의도하지 않은 웃음이 많지만 관객들은 대개 이들의 어설픈 첫걸음에 낙관의 응원을 실어 웃는다.

그러나 신인에게서 '새로움' 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낙관이 쉽지않다.

에피소드식 극은 맨앞과 뒤에 공통된 에피소드를 넣어 수미쌍관식으로 구성해야 한다거나, 공연은 한 시간 반 남짓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언제부턴가의 고정관념이 '터미널' 에도 관통, 무리수를 두게 한다.

극을 만든 이들의 솔직한 정서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 는 대사처럼 '캔디세대' 임에 틀림없는 데, 온갖 인생군상의 종점으로 터미널을 묘사하다보니 자꾸 어울리지 않는 '나그네 설움' 의 신파조를 뒤집어쓰려 한다.

극 초반 손전등 조명을 활용한 '연극놀이' 처럼 새로운 맛으로 가득한 신인무대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때이른 걸까. 여자 광신도와 장년 홈리스의 돋보이는 연기는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26일까지. 02 - 595 - 1810.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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