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금리하락과 수출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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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환율과 금리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현재 같이 내린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최근의 하락세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당국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국면이다.

언뜻 보기에는 금리가 내리면 기업의 금융부담이 줄어들어서 좋을 것 같고 환율도 내리면 외환위기가 조기에 끝나는 듯한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환율이 너무 빨리 내림에 따라 우리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일본에 비해 환율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고 아시아 다른 나라와의 가격경쟁력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자금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흘러 기업에 가지 못하고 우량은행과 한국은행 사이만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히 은행가에 밀어닥친 구조조정의 여파지만 아무리 구조조정이 급하다고 해도 실물부문에 제때 자금공급을 하지 못하면 나중에 구조조정을 할 대상 자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감독당국이나 한은은 자금경색을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금리와 환율의 불안한 움직임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벌써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면서 추세를 면밀히 주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시장일각에서는 금리하락에 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의 이같은 의구심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자금회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은이 분석한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성 자료에 따르면 일단 하루 환율변동률.외환보유액 증가율 및 내외금리차 변동률을 가중평균한 지수가 안정범위로 들어섰지만 아직도 불안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즉 일본 엔화의 약세가 얼마나 진행될지 모르고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비롯한 아시아경제 약세라는 외부충격이 밀려올 때 우리의 방어력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내년초 유로화가 출범하고 유럽통합증시가 개시되면 아시아의 자금이 유럽으로 몰릴 것도 우리에게는 불안요인이다.

정부는 환율하락으로 떨어진 가격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신용장을 받은 모든 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을 대폭 확대해 주기로 했는데 이것만으로는 하반기중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수출하락세가 멈출지 의문이다.

지금 같이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기업이 모든 설비투자를 멈추고 수출하기 위한 원자재 수입도 줄이는 것은 전혀 건전한 상황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자금이 흘러가게 하고 꼭 필요한 수출용 수입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면서 구조조정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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