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너무 빨리 떨어져 불안…당국 시장개입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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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께만 해도 일본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달러당 1천4백원대까지 올랐던 원화환율은 이달 들어 1천3백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추세가 최소한 한두달 지속돼 1천2백50원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환율이 1천3백원선 아래로 떨어질 경우 곧바로 달러 매입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하고 국제통화기금 (IMF) 과도 이를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IMF측도 원화환율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시해왔다" 며 "IMF측도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할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 환율 왜 이렇게 떨어지나 = 기본적으로 수급상황 때문이다.

달러공급은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기업매각대금 유입.해외채권 발행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거주자 외화예금도 지난해말 45억4천만달러에서 4일 현재 1백6억2천만달러로 늘어났다. 반면 수요는 설비투자 위축으로 대규모 수입이 대폭 줄어든데다 금융기관.기업들이 그동안 확보해놓은 달러가 많아 '사자' 는 물량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해외에 예치해놓은 달러를 최근 대거 들여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계 은행 외환딜러는 "대기업들이 국내외에 1백억~1백5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밝혔다.

◇ 앞으로 전망과 정부 입장 = 독일계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기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 물량이 소화될 때까지는 수요가 거의 없을 것" 이라며 "1천3백원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 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천3백원을 마지노선으로 시장개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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