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기술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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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 (?) 이 가열되고 있다.

사람들이 유전자를 만지작거리면서 신만이 알고 있는 생명의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동물이 태어나는가 하면 아예 1백% 똑같은 복제 양까지 탄생하는 지경이다.

유전자 조작기술은 바야흐로 '생명의 연금술' 이란 별칭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자유자재로 동.식물의 형태와 기능까지 주무르고 있다.

그 산업적 가치와 함께 날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의 세계를 들춰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어니스트 노블박사팀은 사람의 몸속에 스릴을 추구하는 변이유전자가 발견됐다고 유전학전문지 '저널 오브 메디컬지네틱스' 최신호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노블박사팀은 술과 마약을 사용한 경험이 없는 12세의 소년 1백19명을 대상으로 유전자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DRD - 2' . 'DRD - 4' 라고 불리는 변이유전자가 공중낙하.번지점프같은 스릴을 느낄 수 있는 행위는 물론 술.담배.마약등을 탐닉하도록 만든다는 것. 이 변이유전자의 발견으로 알코올.마약중독.니코틴중독등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가능하게 됐다.

또 장차 유전자검사를 통해 아이들이 마약과 술에 손을 댈 소지가 있는 지도 미리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폭발물을 중화시키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시금치 유전자가 발견돼 화제다.

미 (美)에너지부 산하의 태평양 북서국립연구소는 최근 파란 시금치 잎속에 있는 니트로 환원제와 자연화합물이 다이너마이트나 지뢰같은 폭발물을 중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유전자들은 현재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증식돼 곧 현장의 폭발물 제거작업에 응용될 계획이다.

시금치 이용할 폭발물 제거기술이 본격 연구되기 시작한지는 채 1년도 안됐지만 미국 국방부과 에너지부 등은 이 기술의 발전을 위해 1백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할 만큼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인간의 젊음을 지켜주는 노화 (老化) 대항 유전자를 찾아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OD1' 으로 명명된 이 유전자는 인체에서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 의과대의 가브릴 부리안느 박사팀은 "사람의 이 유전자를 과실파리의 신경에 주입한 결과 파리의 수명이 40%나 연장됐다" 고 밝혔다.

이밖에도 독일 훔볼트대 연구팀은 빨강머리가 내분비의 질환으로 발생하는데 이 질병이 호르몬을 생성시키는 POMC단백질의 유전자 결함에서 온다는 사실을 발견해내기도 했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은 관절염을 치료하는 유전자를 발견해 유전자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전자의 기능이 이처럼 속속 새롭게 밝혀짐에 따라 학자들은 이를 당장의 질병치료는 물론 장차 인성 (人性) 개조에 까지 응용할 움직임이다.

종교계나 윤리학자들은 이런 도전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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