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新三不'천명 대만“枯死음모”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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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만에 대한 '신3불 (不)' 정책을 공식천명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상하이 (上海) 발언' 으로 중국.대만 사이에 격랑이 일기 시작했다.

중국은 클린턴의 상하이 발언을 계기로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대만을 더욱 세차게 밀어붙일 태세다.

반면 대만은 전 정치인이 총동원되다시피 나서 "어떤 희생을 치러도 대만을 고사 (枯死) 시키는 음모는 좌시하지 않겠다" 는 결연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리덩후이 (李登輝) 대만총통의 중국방문설이 나돌 정도로 모처럼 봄기운이 감돌았던 양안 (兩岸) 관계가 클린턴의 한마디로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클린턴의 '신3불 정책' 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해 장쩌민 (江澤民) 중국국가주석의 미국방문때 이미 클린턴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인정했던 내용이다.

즉 미국은 ▶대만 독립 ▶두 개의 중국정책 (一中一臺)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등 세 가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방중 (訪中) 기간중 클린턴이 재차 이를 공식언명했다는 점이다.

클린턴이 티베트는 감싸 안은 반면 대만에 대해서는 마치 '버린 자식' 취급한 것이 중국에 큰 빌미를 줬을 수도 있다.

대만의 예상은 정확했다.클린턴의 상하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중국지도부는 미국에 대해 '신3불' 원칙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홍콩 영자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2일 베이징 (北京) 의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워싱턴의 중국외교관들이 현재 클린턴의 '신3불' 원칙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워싱턴에 요구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중국외교관들은 ▶대만의 유엔 재가입활동을 벌이기 위해 매년 가을 워싱턴을 방문하는 대만인사들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 ▶대만관리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대만의 세계무역기구 (WTO) 조기가입 저지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마침내 대만정계 전체가 들고일어났다. 쑹추위 (宋楚瑜) 대만성장은 1일 국민당 중앙위원회에서 "클린턴의 발언은 사실상 대만이 하나의 주권국가임을 부정한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당내의 힘을 하나로 모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역설했다.

李총통은 "국민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 고 말했다. 李총통이 '상황장악' 을 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표시다. 후즈창 (胡志强) 대만외교부장도 "클린턴의 발언으로 대만인들은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클린턴이 홍콩에서 '한 나라 두 체제' (一國兩制) 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 주문했다.

사실 클린턴이 홍콩에서 '일국양제' 를 높이 평가할 경우 대만의 입장은 한층 더 곤란해진다. '일국양제' 는 대만을 염두에 두고 덩샤오핑 (鄧小平) 이 고안해 낸 통일방식이기 때문이다.

양안간 줄다리기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은 아직 없다. 그러나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가안보 부고문은 1일 상하이에서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계속할 것" 이라고 천명했다.

대만에 수출하는 무기는 모두 방어용이기 때문에 양안간 평화를 지지하는 미국의 정책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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