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 소설집 첫 번역 출간…청년시절 중단편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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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집 '말테의 수기' '형상 시집' '두이노의 비가' 등을 남긴 20세기 최고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1926) . 그의 시 한 줄을 읽지 않고 젊은 날을 보낸 사람은 없지만 그가 시 못지않게 훌륭한 소설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릴케의 소설집 '연애하는 남자' (문학수첩刊)가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어 관심을 끈다.

'연애하는…' 에는 릴케가 문학청년 시절 썼던 13편의 중.단편 소설들이 들어 있다. 이 작품들에 비치는 릴케의 모습은 암울한 시대상에 고민하는 인텔리 청년이다.

당시 프라하는 하류층을 이루던 대다수의 체코 사람과 상류층인 소수의 독일인들로 나뉘어 있었다.

릴케는 중편 '두 개의 프라하 이야기' 등을 통해 체코 민족주의자들과 독일인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청년시절부터 릴케는 죽음.고독.사랑 등에 대해 집착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단편 '아기 그리스도' 의 줄거리. 어린 소녀 베티는 엄마를 잃고 슬퍼한다.

베티는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금화 두 닢으로 양초와 과자를 사서 성모상을 찾는다. 엄마를 닮은 성모상 아래에서 베티는 천천히, 행복하게 죽음을 맞는다.

그때 베티 곁을 지나치던 고아 두 명은 아름답게 반짝이는 나무 곁에서 잠든 베티의 모습에서 너무나 예쁜 아기 그리스도를 본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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