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구원 '재취업 0순위'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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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1월 총무과장으로 재직하던 중견회사의 부도로 졸지에 실직자가 된 K씨 (35) 는 여지껏 일자리를 못잡고 있다.

그동안 사무 직종 모집회사에 이력서를 10여차례나 내봤지만 연락조차 안오거나 면접까지 가도 떨어지기 일쑤였다.

지난달부터는 각종 무료 재취업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내렸다.

'어떤 분야에서, 무슨 준비를 해야 재취업에 유리한 지' 확신이 안서 선뜻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화이트칼라 실직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K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무.관리직 실직자들에게 지침이 될 만한 자료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국내 5대그룹 계열사 31곳과 은행 2곳, 6개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력수요 조사를 통해 선정한 '사무직 실직자의 취업 유망 직종 50선' 이 그것이다.

이 자료는 노동연구원이 지난 3개월간 이들 기업.금융기관의 인사담당 임원 및 간부들에게 향후 인력이 많이 필요한 직종을 인터뷰해 작성한 것. 연구원은 또 국내 직업알선 전문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및 미국.캐나다.일본등 선진국의 유망직업군 조사결과 등도 반영해 선정했다.

이들 50개 직종은 따라서 앞으로 1~2년내에 기업에서 충원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충원이 예상되는 직종들이 대부분이며, 구체적으로는 특허및 계약분야 2개.정보화 관련 12개.전문기술 관련 16개.마케팅 관련 12개.국제업무 관련 8개 직종으로 구성돼 있다.

컴퓨터보안.해외시장 조사.인수합병 (M&A) 등 정보화.국제화 확산및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추세를 타고 상당한 인력수요가 예상되는 직종들인데다, 전문지식을 필요로해 사무직 실직자들이 도전해볼만 한 분야들이다.

노동부도 사무직 실직문제의 심각성을 고려, 이들 50개 유망 직종 가운데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직종들을 대상으로 9월이후 매달 5~6개씩 재취업 훈련과정까지 개발해 전국 각 직업훈련기관에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앞서 밀레니엄 버그 해결.특허관리담당.유통관리 (판매채널관리 및 직접판매관리).소자본 창업상담분야등에 대해선 3~6개월 코스의 교육프로그램을 연구원이 9월안에 마련해 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연구원의 김재구 (金載久) 연구위원은 "지금의 실업대책은 저소득층이나 기능직 실직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무직 실직자를 위한 마땅한 실업대책이 없는 실정이어서 이들을 방치할 경우 국가적으로도 자원낭비" 라며 "이들을 재교육시켜 정보화.지식화 관련 유망 직종에 투입하는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문의 한국노동연구원 02 - 785 - 5082.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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