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시련맞은 대북 포용정책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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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은 우리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 시련을 안겨줬다.

잠수정 해치를 열어제친 결과 새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북한과의 화해.교류협력 움직임이 무색해질 '최악의 상황' 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건 초기에 정부는 우리 영해에서 잠수정이 발견된 충격적 사태를 만나고도 정확한 진상규명이 돼야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는 정주영 (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판문점을 통한 방북과 금강산개발 합의, 유엔사.북한 장성급회담 재개 같은 화해분위기에 손상이 가는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명백한 무력도발' 이라는 결론을 내린 26일에도 대북 유화정책엔 결코 변함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려는 안간힘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갈팡질팡하는 대북정책의 후유증이 얼마나 엄청난가는 과거 정권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 3원칙중 으뜸가는 항목은 '대남 무력도발시 불용 (不容)' 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북한측에 당근만 주려 하고 채찍사용을 주저하고 있다는 우려스런 여론이 한쪽에서 조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것은 우리 내부의 국론 분란과 북한의 오판이다.

특히 대북정책팀 사이에서 이번 사건의 성격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은 문제다.

25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 한 참석자는 잠수정에서 국산 음료수병이 발견됐다는 언론보도를 "오보일 것" 이라고 애써 외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명백한 침투"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는 정경분리에 의한 경협추진과 인도적 대북지원, 상호주의에 따른 당국간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그 강도로 봐서 전면적인 무력도발 같은 극단적 상황이 아니고서는 햇볕정책의 생명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으로 북한의 대응자세와 국민여론에 따라 다소 변형을 예상할 수 있다. 민간부문은 그대로 두되 비료지원 같은 정부당국 지원과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를 제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정경분리가 무력도발까지 묵인하는 '군경 (軍經) 분리' 로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햇볕의 소중함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청한 차가운 바람이 어떤 것인가를 맛보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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