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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의류 코너 한산, 낱개로 파는 곳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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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상.하의 한 벌에 바지 하나쯤 더 사는 호기로운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바지 혹은 블라우스만 달랑 사고 돌아서는 소비자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IMF한파로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의류를 구입할 만한 여유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싸구려 매장쯤으로 인식되던 단품 (세트의 일부라는 개념 없이 생산된 제품) 편집매장이 백화점에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단품 편집매장은 한 개 브랜드만을 모아놓은 기존 매장에 비해 여러 브랜드 제품으로 매장을 구성, 비교 구매가 쉽고 가격도 10~20%쯤 싸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옛 그레이스) 은 지난 3월 이래 블라우스.넥타이.와이셔츠 등 특정 품목만으로 구성된 단품 편집매장을 3개나 입점시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블라우스매장은 50여 종의 신상품으로 채워진 데다 바로 옆 H브랜드 토털매장에 진열된 것과 동일한 제품이 이곳에서 20% 더 싼 7만6천원에 판매되는 등 '카테고리 킬러' 식의 다양성과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현대백화점 여성의류담당 황성운 대리는 "특정 품목만 대량 구입함으로써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며 "한 벌에 최소한 30만원 쯤인 정장 매장에 비해 1인당 구매액이 20~30%선인 데도 매장별 총매출액 랭킹은 줄곧 5위 이내를 유지할 정도로 고객이 북적거린다" 고 말했다.

이같은 단품 편집매장은 갤러리아 압구정점 (2곳).롯데 본점 (2곳)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삼성플라자분당점.경방필.LG 부천.구리점 등은 아예 기존의 7~8배나 되는 70~80평의 매머드 규모 단품 편집매장을 입점시켜 놨다.

이처럼 단품 편집매장이 인기를 끌면서 단품 위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도 늘고 있다.

프레고.코디아.탑스투유 (블라우스).바론.프로암 (남성 바지).아나크 (원피스) 등은 단품 위주로 생산체제를 바꿨다.

백화점업계의 원로 컨설턴트 아키야마 에이이치 (秋山英一) 씨는 "일본 백화점업계도 거품경제 직후인 90년대 초부터 알뜰소비 경향을 타고 단품편집매장 붐이 일고 있다" 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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