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맛있는 나들이] 삼청동 '城너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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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정확히 5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 가는 길은 산길이다. 꼬불꼬불 올라가는 길 양쪽엔 짙은 녹음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준다. 차창을 열면 풀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피부에 와 닿는다. 마치 장흥이나 송추의 유원지에 들어선 듯하다. 도착한 음식점엔 나무로 만든 평상이 있고, 그 위에 밥상이 놓여 있다. 날이 좋으면 새들이 자유로이 날아들고, 비가 오면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쪽 아궁이에선 시뻘건 장작불이 타고 있고, 그 위엔 하얀 김을 내는 가마솥이 놓여 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이곳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감탄사다.

초복(初伏)도 지나고 무더위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더위를 이겨낼 이런저런 보양식이 떠오르지만 남녀노소 모두 부담없이 먹을 만한 건 역시 삼계탕이다. 이왕이면 초록의 그늘 아래서 숟가락질하는 게 더 시원할 것 같아 이 집을 풀어놓는다.

서울 삼청동 북악산 속에 숨어 있는 '성너머집(02-764-8571)'.

메뉴는 삼계탕(7000원)과 닭도리탕(8000원) 두 가지뿐이다. 삼계탕이든 닭도리탕이든 장작불 가마솥에서 익혀 뚝배기에 담아낸다. 삼계탕은 국물이 뽀얗고 맛이 깊다. 인삼.대추.통마늘이 듬뿍 들어 있어 이들의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전혀 거부감이 없다. 다른 집보다 큰 영계를 쓰지만 살점이 무척 부드럽다. 가마솥에 끓인 때문이란다. 양이 많아 한 마리를 혼자 먹기엔 부담스럽다.

닭도리탕은 일인분씩 따로 내지 않고 주문량을 한꺼번에 큰 뚝배기에 담아낸다. 앞 접시에 덜어 먹는데 사람 수에 맞게 주먹만한 통감자가 들어 있다. 닭고기 한점을 놓치더라도 통감자는 챙겨먹어야 한다. 물기가 적어 무척 달고 맛나다.

밑반찬으로 통김치와 총각김치가 나오는데 김치는 꼭지만 떼어 손으로 쭉쭉 찢어 먹고, 총각김치는 이빨 자랑하며 한입씩 베어 먹는 게 재미나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감자전도 서비스로 한장 오르는데 시원한 막걸리 한통을 주문하지 않고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해가 지는 오후 8시면 문을 닫고,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점이 아쉽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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