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기술창업투자공사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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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중국 경제에 부실 금융기관 정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의 국유 상업은행 가운데 하나인 하이난 (海南) 발전은행이 지난 21일 처음으로 지불 능력 부족때문에 폐쇄조치를 받은 데 이어 22일 중국인민은행 (중앙은행) 이 벤처 캐피털인 중국신기술창업투자공사에 같은 조치를 내렸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심각한 경영법규 위반과 채무 지불능력 부족' 으로 관련 법률에 따라 이 회사의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부실 금융기관 정리작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다음 차례는 한국 기업들이 약 1억달러의 대금을 받지 못한 H국제투자신탁공사가 될 것이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중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 작업은 은행보다는 회사 이름 뒤에 국제투자신탁공사 (ITIC) 라는 꼬리표가 붙는 금융기관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회사는 은행들이 부동산.증권 투자 등을 하기 위해 성 (省) 단위로 설립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관련 법규의 미비를 틈타 중소 도시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바람에 현재는 관계당국의 통제가 어려울 만큼 숫자가 늘어난 상태다.

무역업계의 일각에서는 이들이 발급한 신용장 (LC) 도 믿지 않을 만큼 부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96년 1차로 이들 투자신탁공사들과 각 은행 간의 연결고리를 끊도록 조치한 바 있다.

한편 이번 금융기관 정리 바람은 중소형 금융기관의 부실을 방치했다가는 금융계의 전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중국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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