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현장에서]사공 많아진 한국대표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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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수렴청정 체제에 돌입했다.

차범근 감독을 경질한 후 대표팀 운영을 김평석 코치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대한축구협회가 사실상 조중연 단장의 수렴청정으로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22일 오전 (현지시간) 훈련을 마친 후 선수단 숙소인 노보텔호텔에서는 김평석 코치와 조단장, 그리고 기술위원중 벨기에의 전력을 분석한 조영증.최순호 등 4명이 모였다. 벨기에전 대책회의였다.

김평석 코치는 이 모임에 대해 "나도 벨기에에 대해서는 많이 분석했다.

대비책에 대해서는 기술위원들과 상의하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있으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 받아들이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회의에서 조중연 단장은 김코치에게 다음날 오전까지 벨기에전 스타팅 멤버를 1안과 2안 두가지로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실질적인 감독 대행의 역할을 시작한 것이다. 차감독을 경질한 후 김코치를 감독대행으로 하지 않고 그냥 코치로 놓아둔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지금 노보텔호텔에는 기술위원 대부분과 축구협회 상임위원장들이 함께 묶고 있다.

'축구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이들의 간섭을 일절 차단했던 차감독이 없어진 이상 한국팀은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움직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는데 벨기에전에서도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며 만약 좋은 결과가 나오면 서로 자기의 공이라고 나서지 않을까 궁금하다.

손장환 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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