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체제 개편 내용·문제점] 다양한 오후 프로그램이 열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 이르면 2006년부터 초등학생의 오후 일과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공부는 오전에 끝내고 오후엔 체험학습이나 특별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서울 한 초등학교의 마술 특기적성 교실. [중앙포토]

교육인적자원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초등학교 교육의 모습은 크게 두가지다. 읽기.쓰기.셈하기 등 기초학력을 길러주는 동시에, 학생들이 희망에 따라 소질과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전에만 기초학력을 기르기 위한 정규 교과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학생들이 뛰놀고 관찰하며, 특기를 기르는 체험활동 중심의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학부모의 참여가 저조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교과수업시간을 줄이더라도 이 같은 특기적성교육과 인성.창의성 교육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게 교육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 정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 개발이 긴요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처럼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교사.강사 확보 문제도 관건이다.

고학년의 경우 수업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학력 저하가 없도록 교과수업 운영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입시문제를 포함해 상급 학교의 교육체제가 함께 변하지 않은 채 초등학교 교육만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실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관건=교육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년부터 시범운영 학교에 적용할 예정이다. 시범운영 학교는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선정하고 적용하는 프로그램도 부분적으로 차별화할 방침이다. 야외 체험활동 등 공동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하되 기본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이 고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한양대 정진곤(교육학)교수는 "예체능 위주로 가기보다는 독서와 자연관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적.정서적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며 "기업체.박물관.시민단체 등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운영도 문제다. 외부 강사로만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충분한 강사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의 참여가 불가피한데 정규교과 수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도의 수당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특별프로그램 지도 능력을 갖춘 교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다양한 연수나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사들의 특별프로그램 지도 능력을 갖추게 할 방침이다. 학부모.지역사회 자원봉사자 풀을 활용하고 교대.사범대 재학생 등 예비교사도 활용할 계획이다.

예산과 공간 확보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학부모 정혜영(36.여)씨는 "학원 등 학교 밖에서의 프로그램에 비해 적은 돈으로 질 높은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저하 막아야=1, 2학년의 경우 지금도 오전수업만 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3, 4학년의 경우는 평일에 보통 5교시를 하기 때문에 정규교과 수업을 오전에 끝내기 위해선 한시간의 수업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규교과에 포함된 재량활동과 특별활동 시간(주당 두시간씩)을 오후 특별프로그램 시간으로 활용할 경우 사실상 수업 손실은 없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다만 6교시 수업을 하는 5, 6학년의 경우 이 같은 방법을 써도 한시간의 교과수업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현재로선 과목수를 줄이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신에 교과 내용을 압축하는 방법으로 수업시간을 줄이면 학력 저하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봉초등학교 황혜연 교사는 "일주일에 세시간인 체육시간을 오후 특별프로그램과 연계해 운영하는 등 커리큘럼을 짤 때 안배를 잘하면 주요 교과수업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