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판정 제외기업, '살생부 2탄' 피하기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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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융감독위원회 퇴출판정에서 제외된 그룹들에 2차 살생부 (殺生簿) 비상이 걸렸다. 1차 무사통과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이미 '속편' 이 예고된 상태여서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부실계열사가 막판에 퇴출대상에서 빠진 그룹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2차 선정에서도 제외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계는 금감위가 다음달 15일까지 8개 대형은행별로 64대 그룹중 두 곳씩 모두 16곳을 퇴출대상으로 선정케 하자 구조조정 고삐를 바짝 당기고 외자도입을 서두르면서 화살 피하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차 퇴출에서 계열사가 한 곳도 대상에 들어가지 않은 30대 그룹은 화의나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진로.한라를 제외하면 롯데.코오롱.금호.한진.두산 등 14개. 이들은 대부분 부채비율이 낮거나 구조조정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은행돈 안 쓰기로 유명하며, 두산은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서두른 덕에 '모범사례' 로 꼽히고 롯데 역시 일관된 보수경영이 장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그룹을 포함해 10여개 그룹의 일부계열사가 퇴출대상에 올랐다가 대출을 많이 해준 은행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바람에 진통을 치르다 결국 제외되는 곡절을 겪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선정에서 빠진 기업이 다음번에도 제외된다는 보장은 없다" 고 말해 14개 그룹에서도 추가로 퇴출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자평하는 두산.코오롱.대상.강원산업 등은 계열사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한층 가속하기로 했다.

두산은 조만간 9개 계열사를 통폐합하는 등 8월말까지 4개만 남긴다는 계획이고 대상은 당초 계획대로 부채가 많은 건설.마니커 등 5개 계열사를 모기업 대상㈜으로 흡수하면 퇴출을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남.한솔그룹의 경우 구조조정과 함께 현재 추진중인 외자도입을 서둘러 2차 예봉을 피해 간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재무구조가 건전한 데다 28개 계열사의 절반이 합작 또는 신설기업이라는 특수성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부실계열사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 처리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반도체산업에 진출하려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때문에 뜻을 못 이뤘으나 당시 확보한 현금 덕도 봤다는 것. 부채비율이 높은데도 제외된 한진.금호의 경우 일단 항공기.선박의 환금성 (換金性) 이 감안됐다는 지적이나 2차난관 통과를 위해서는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비행기.선박을 임차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1,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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