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퇴출]어떤기업이 퇴출됐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덩치에 비해 빚이 많다' '적자에 허덕여 왔다' '이름도 못 들어 본 곳이 많다' …. 18일 퇴출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55개사는 크게 이런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선정기준이 '회생 가능성' 이었기 때문에 적자.부채가 쌓여 온 기업들이 대거 포함될 것은 이미 예견돼 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런 기업이 어떻게 회사간판을 달고 행세해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실한 곳이 많았다. 우선 부채의 경우 여신총액이 5천억원 이상인 곳이 세 군데나 됐다.

여신 1천억~5천억원이 7개사, 5백억~1천억원이 13개사, 1백억~5백억원이 20개사, 1백억원 이하가 8개사였다.

이중 9개사는 총자산보다도 여신액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보다 대출총액이 많은 기업이 무려 24개사에 달했다.

손익을 따져 봐도 55개사중 지난해 흑자를 낸 곳은 8개사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중 해태제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10억원 미만이었다.

해태제과는 해태유통.전자 등 계열사 부실에 휘말려 이번에 회생불가 판정을 받은 경우. 55개사중에는 해태전자 (1천3백91억원).한일합섬 (8백74억원).영진테크 (7백33억원) 등 지난해 적자가 1백억원을 웃돈 곳이 18개에 이르렀다.

기업규모 (97년도 매출액기준) 별로는 쌍용계열의 범아석유 (2조1천5백40억원)가 가장 컸고 해태제과 (7천8백90억원).한일합섬 (6천9백7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굴지의 그룹계열사라고는 생각도 못할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 퇴출대상 기업의 거의 대부분이 자산이나 매출규모가 1천억원 이하였다.

특히 5대그룹의 경우 선일상선 (현대).이천전기 (삼성).동우공영 (대우).원전에너지 (LG).경진해운 (SK) 등 그룹내 비중이 미미하고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6대그룹 이하에서도 그룹내 비중이 큰 주력사가 포함된 곳은 흔치 않다.

유통.전자.제과 등 주력3사가 퇴출판정을 받은 해태그룹과 모기업인 한일합섬이 해당된 한일그룹 및 신호그룹 (전자.상사).거평그룹 (대한중석).통일그룹 (일화).뉴코아그룹 (시대유통) 정도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구색맞추기 차원에서 물려들어간 기업이 많은 것 같다" 는 분석과 함께 이런 정도로 대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은행권으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았던 기업들은 진도.신원.우방.화성산업 등을 제외하고는 이번 퇴출대상에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진도.신원 등에 대해서도 자체 계획에 따라 일부 계열사를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아.한보 등은 이미 화의.법정관리중이어서 이번 퇴출대상에 들지 않았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 조기종결, 제3자인수 등의 방침을 오는 7월말까지 마련하겠다고 금감위는 밝혔다.

민병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