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톡톡 튀는 원색 … 식욕 자극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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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CJ제일제당은 최근 파스타 브랜드 ‘이탈리따’를 출시하면서 강렬한 빨간색 포장을 채택했다. 그동안 빨간색 포장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햇반’과 ‘인델리 커리’가 대표적이다.

1996년 나온 즉석밥 햇반은 출시 당시 사내에서조차 “맨밥을 누가 사먹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있었을 정도로 생소한 제품이었다. CJ제일제당 편의식사업부 박상면 부장은 “빨간색 포장이 너무 강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시각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햇반은 시장에 안착해 점유율 7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내놓은 ‘인델리 커리’에도 빨간색 포장을 썼다. ‘카레=노란색’을 연상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색깔로 차별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인델리도 출시 1년여 만에 19.5%의 시장점유율로 선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천짜장, 칠리새우덮밥소스 등 제품 다수가 빨간색 포장을 하고 있어 CJ에서는 이들 제품을 ‘레드존’으로 통칭해 부르기도 한다.


톡톡 튀는 색깔로 승부하는 ‘컬러 마케팅’이 식품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잘 익은 사과의 강렬한 빨간색만 봐도 입안에 시큼하게 침이 고이는 것처럼 색깔과 음식은 연관성이 깊다. 그래서 식품기업들이 컬러 마케팅에 유달리 적극적이다.

오뚜기는 제품 포장뿐 아니라 TV 광고에서도 노란색을 집중 부각할 정도로 ‘노란색 사랑’이 유별나다. 방영 중인 오뚜기의 진라면 CF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노란색 스쿠터, 노란색 스커트, 노란색 풍선을 따라가다 노란색 진라면 광고판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 ‘노란색=오뚜기’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풀무원은 녹색을 브랜드 색깔로 밀고 있다. 녹색 하면 떠오르는 ‘자연’ ‘유기농’ ‘환경’과 풀무원의 이미지를 연결하기 위해서다. 최근에 선보인 신제품 ‘씻어 나와 편리한 어린잎’ 역시 녹색 패키지에 담았다. 하이트의 프리미엄 맥주 ‘맥스’도 색깔을 차별화 포인트로 잡았다. 라벨도 맥주로는 드물게 황금색과 흰색을 사용했고, 연예인들이 출연한 TV 광고에서도 ‘색깔만 봐도 구분이 가능한 맥주’라는 점을 내세운다. 대부분의 맥주가 옥수수 전분이 첨가돼 연한 갈색인 것과 달리 맥스는 보리·호프·물로만 만들어 맥주 고유의 황금빛 노란색을 띤다는 제품의 특징을 홍보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파란색은 식품 기업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음식에 쓰일 경우 맛없게 보이기 때문이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 회사 디자인티의 김하수 대표는 “식품업체들은 식욕을 북돋는 빨강·노랑·주황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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