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부총리에 힘 모아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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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다. "386세대는 경제를 모른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이 있은 후 '국민은행 자문료 파문'과 '사의설'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헌재 흔들기'가 본격화했다는 추측도 있다.

이 부총리와 정치권 젊은 실세 간에 심상찮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음은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짐작할 수 있다. 이 부총리의 입에서 "한국이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것 같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시장원리에 의한 성장론에 무게를 둠으로써 이 정권 실세들의 분배론과 갈등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386세대들은 그의 '개혁성 부족'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는 소리가 들려 왔다.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나 공직자재산 백지신탁 등은 시장경제 원리나 사유재산권과는 충돌되는 것들이다. 경제 부총리로서 이런 방안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정책의 부재나 잘못보다는 나라 분위기가 시장경제 질서와 사유재산권을 무시하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헌재 흔들기'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면 우리 경제는 정말로 희망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치된 목표와 역량의 집중이다.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에 초점을 맞춰 정치권.정부.기업인 모두가 한 방향으로 뛰는 것이다. 그런데 여권에서 시장경제 틀과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근본 틀을 훼손하는 정책을 내놓고 경제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흔들어대서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역사사실에 눈을 감고 나라 기본을 흔드는 곳에서 투자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경제는 경제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