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월드컵의 훌리건 공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근대축구는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1862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축구경기 룰이 만들어졌으며, 이듬해 런던축구협회가 결성됐다.

영국인들은 영국이 축구 종주국 (宗主國) 임을 자랑하며,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축구를 사랑한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축구 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은 훌리거니즘, 즉 극성 축구팬들의 망나니 행동으로 더럽혀지고 있다.

영국 훌리건들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유럽대륙까지 원정해 악명을 날리고 있다.

훌리건이란 말은 옛날 런던에서 불량배로 소문났던 아일랜드인 훌리헌에서 유래한다.

훌리거니즘이등장한 것은 지난 80년대초다.

보수당정권 아래서 사회복지 축소.빈부격차 심화에 반발한 실업자.빈민층이 축구장에서 울분을 폭발시킴으로써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 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85년 벨기에 브뤼셀 헤이젤경기장에서 열린 영국 리버풀 - 이탈리아 유벤투스간 유럽 챔피언 컵 결승전에서 양측 응원단이 격돌해 39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또 89년 영국 힐스버러경기장에서 관중끼리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95명이 압사 (壓死) 했다.

이번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프랑스는 훌리건 대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영국도 사전단속을 벌이는 등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리건들의 행패를 막지 못했다.

지난 15일 마르세유에서 열린 잉글랜드 - 튀니지전에서 영국 훌리건들은 '실력' 을 유감없이 발휘해 난장판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오는 22일 툴루즈에서 열릴 잉글랜드 - 루마니아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은 이번 사건으로 2006년 월드컵 유치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요제프 블라터 신임 국제축구연맹 (FIFA) 회장이 아프리카 개최를 지지하고 나서 영국 축구협회에 비상이 걸렸다.

2006년 월드컵대회는 영국.독일.남아공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2010년 유치를 꿈꿔 온 호주가 영국 탈락을 예상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 가지 걱정거리는 21일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한국 - 네덜란드전이다.

이 경기는 2만~3만명 네덜란드 응원단이 관전할 예정이다.

네덜란드도 최근 훌리건 행패가 부쩍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수적으로 열세인 우리나라 '붉은 악마' 와 충돌했을 때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관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