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PCS '함정판매' 잡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근 휴대폰 대리점에서 신규가입자를 모집하면서 의무사용기간을 멋대로 3년까지 늘려받아 말썽이 일고 있다.

휴대폰 의무사용기간은 지난해 기존 이동전화 2개사에다 개인휴대통신 (PCS) 3사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상술로 등장한 것. 단말기는 공짜나 다름없이 싸게 주는 대신 의무적으로 통화료를 내는 방식이다.

1년으로 시작한 의무사용기간이 작년말 슬그머니 1년6개월로 늘더니 올초 2년, 최근 3년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게다가 대리점이 소비자에게 의무사용기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도 해 가입해지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단체에도 피해접수가 매달 30건이 넘을 정도로 단골 (?) 이 됐다.

급기야 원가를 따져본 소비자 단체들이 의무사용기간이 '무선통신기본거래약관' 에 없다는 점을 들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것.

의무사용기간이 늘어난 속사정은 이렇다. 대리점이 공급받는 단말기 가격은 보통 40만~50만원이지만 서비스업체로부터 가입자당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싸게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을 겪자 서비스업체들은 보조금을 10만원 이상 줄이며 의무사용기간을 2년 이상 늘릴 것을 요구했다.

대리점으로서야 월 통화료의 7%정도를 따로 받기 때문에 의무사용기간만 늘어나면 보조금이 줄어도 실리는 마찬가지였던 것.

결국 원가 상승 때문이 아니라 경제한파로 충동구매자가 줄어들며 생긴 경영난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했던 게 진짜 이유였던 것. 정보통신 선진국인 미국.일본은 의무사용기간이 없다.

단말기는 무료로 임대해주고 필요없을때 반납하면 그만이다.

경제한파로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기업들이 많다. 휴대폰 업체들도 어려운 점은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눈가리고 아웅' 하는 편법 판매를 계속한다면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IMF 시대일수록 정공법이 필요하다.

최고의 품질에 최선의 서비스가 말이다.

김태진 생활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