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방한 시각장애인 사진작가 조지 커빙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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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보통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지만 나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보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 시각장애인 사진작가로 유명한 조지 커빙턴 (53.미 텍사스 알파인 거주) 이 삼성전자 초청으로 국내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강좌를 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눈의 시력을 상실했고 오른쪽 눈도 5% 정도 부분시력만 남아있는 선천성 시각장애인. 커빙턴이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텍사스 오스틴대 재학중 같은 학교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면서부터. 애인의 교외 사진촬영에 동행했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사진에 매료됐다고 한다.

맨눈으로는 거의 보지 못하던 물체를 사진으로 인화해 확대경을 통해 들여다보면 형상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본격적인 사진작가로 나서게 된 것. 때문에 다른 사진작가와는 달리 친근한 사람을 보기위해 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한다. 18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맹인안내견 학교에서 국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진교실' 을 여는 커빙턴은 "이번 강좌를 통해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하는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다" 며 적극적 사회활동 참여도 당부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어머니의 노력 덕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며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또 삼성디자인연구원 (IDS)에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장애인이 보는 제품디자인' 에 대한 강연도 했다.

"8살짜리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쉽게 쓸 수 있는 제품디자인이 나오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의 시각에서 보는 디자인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90년 미 댄 퀘일 부통령의 장애인정책담당 보좌관을 지내면서 '장애인 권리장전' 을 입안, 공공기관 출입자유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일반인이 '나와 다른 사람' 이라고 인식할 때 가장 큰 좌절을 겪는다" 며 "장애인 정책의 기본은 취업.교육의 차별을 없애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사진은 인터넷 홈페이지 (webh.kodak.com/takePictures/covington/introduction.shtml)에서도 볼 수 있다.

김태진 기자

◇조지 커빙턴 약력 ▶1967년 텍사스 오스틴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67~68년 이스트 오스틴타임스 편집인 겸 발행인 ▶73년 변호사자격 취득 ▶74~76년 웨스트버지니아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89~93년 부시행정부 퀘일 부통령 장애인정책 보좌관 ▶90~94년 스미소니언국립박물관.뉴욕국제디자인센터 사진교실 10여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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