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런 클린턴 방중]공화당,선거자금지원·인권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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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국 가는 길이 시끄럽다.

지난 89년 천안문사건 이후 미국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는 클린턴에 대해 공화당이 중심이 된 의회가 발목을 걸고 나왔기 때문이다.

의회가 클린턴의 방중 (訪中) 을 문제 삼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비민주적 정치.인권문제와 96년 대통령선거 당시 제기된 '차이나 커넥션' 등이다.

의회뿐 아니라 인권단체들도 중국내 인권탄압 등을 거론하며 방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장 앞장서 클린턴의 중국행을 가로막고 나선 사람은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그는 중국계 불법자금이 클린턴 진영의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차이나 커넥션' 의혹이 풀릴 때까지 중국 방문은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중국이 돈으로 미국의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며 그 결과 미국 로럴우주통신사 등 주요기업들이 중국에 미사일개발기술을 팔았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중국이 파키스탄에 미사일을 수출했다는 증거가 있지만 백악관은 이를 무시하고 대중 (對中) 위성수출을 계속 허용해 결과적으로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시빗거리는 중국의 인권문제. 중국정부가 클린턴의 방문을 앞두고 반체제인사 웨이징성 (魏京生).왕단 (王丹) 등을 석방하며 성의를 보였지만 공화당과 미국인권단체들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천안문광장 한쪽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공식환영식을 클린턴이 거부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방중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의 입장은 단호하다.

클린턴은 "중국방문은 미국을 위해 옳은 일" 이라며 중국행을 강행할 뜻을 거듭 밝혔다.

또 '외교의전과 중국의 전통적 관행을 존중하기 위해' 천안문광장에서 거행될 환영식에도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문제 시비를 의식해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지도자들과 만나 인권존중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며 핵확산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전달할 방침" 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과 의회의 이같은 입장대립은 21세기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전략을 둘러싼 미국내 이견을 반영하고 있다.

즉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파들은 중국이 미국의 최대 적대국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견제와 제한' 이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클린턴측은 중국을 국제사회 질서에 붙잡아 두기 위한 '적극적 개입'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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