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미]결산간담회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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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을 방문 중인 김대중대통령은 13일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방문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金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내 5대 그룹이 빅딜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중권 (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이 얼마전 '빅딜' 과 관련한 얘기를 했는데.

"정부가 원칙적으로 기업에 대해 합치라, 말라 지시할 처지가 못된다.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난다. 하지만 정부는 은행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은행이 잘못해 부실해지면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본다. 때문에 은행감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구조조정은 은행이 채권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그걸 제대로 안하면 은행이 부실해진다. 따라서 (빅딜 등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정부가 간접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빅딜에 대해 정부가 시켰다, 안시켰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국은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지금은 특히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만족할 정도는 못된다."

- 전경련에서 빅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귀국해 전경련측 관계자를 설득할 의향은.

"논의되고 있는 빅딜에 대해 하라, 말라 나설 일이 아니다. 돌아가서도 그럴 처지가 못된다. 다만 기업인들이 앞장서 국가가 납득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하라고 얘기는 하겠다."

- 미국 방문중 지역연합에 기초한 정계개편을 추진할 뜻을 피력한 바 있는데.

"그 문제는 (한국에) 돌아가서 얘기하자."

- 방미 성과중 가장 큰 것을 고른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1백%라고 할 정도로 완전히 호흡, 생각과 방향을 일치시킨 점이다. 어느 쪽이 한쪽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함께 하는 동반자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한국의 국제위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미국 금융기관이 앞장서 (한국에 대한 지원을) 조치함에 따라 한국의 국제신인도는 올라갈 것이다.

업적을 과장하는 게 아니라 올 때 생각했던 선보다 훨씬 높은 성과를 얻었다. 둘째는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이 아시아에서 제일 잘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국제신인도를 얻었다. 이것은 엄청난 재산이다. 잘 활용하면 한국이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미국 언론이 한국이 뭔데 나의 방미를 그렇게 대서특필했겠나. 이것은 나 개인의 운이 아니라 국운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

- 금리인하가 이뤄지는가.

"국제통화기금 (IMF) 과 금리를 어느 정도 하향유도하자는데 양해가 됐다. 중소기업 육성 등을 위한 재정적자.통화증발 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양해를 얻었다. IMF와는 신뢰가 있다."

- 대북 경제제재 문제에 대해 클린턴 미 대통령과 이견이 있었던 것처럼 미국 언론이 보도했는데.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남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등 태도를 시정하는 조짐을 보여야 의회 동의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내가 미국 내정에 관여해 언제, 어떻게 완화하라고 할 수는 없다. 원칙에는 이견이 없고, 나머지는 미국이 알아서 할 일이다."

LA=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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