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 '가위손''데드맨'등 기이한 소재 영화 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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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그는 마치 선택을 잘못하려는 욕망에 불타고 있는 것같다. " 할리우드에선 조니 뎁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그럴 만하다.

그는 '스피드' '가을의 전설' 등의 출연제의를 뿌리치고 팀 버튼의 '가위손' '에드우드' ,에밀 쿠스트리챠의 '애리조나 드림' , 짐 자무시의 '데드맨' 등 기이한 소재의 영화만을 고집해왔으니. '삐딱이' 혹은 '도박사' 란 그의 별명은 모두 같은 맥락이다.

올해 칸영화제, 테리 길리엄의 영화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기자회견장에서 조니 뎁은 굵은 가죽 팔찌를 한 오른 손으로 줄담배를 피워댔다.

그와 '가위손' '에드우드' 등의 주인공들을 오버랩시키는 일엔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끼어든다.

'영화' 와 '현실' 의 간극을 감안하더라도 그는 너무 멀리 있는 듯 하다.

영화에서 줄곧 주류사회에 쉽게 섞이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였기 때문일까. 최근 국내개봉된 '데드맨' 과 '도니 브래스코' 를 추가해도 이러한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전작들과는 다르게 '도니 브래스코' 에서 FBI요원 역을 맡긴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는 어땠나. 아무래도 아이 셋 딸린 가장 역할은 어색했지만, FBI요원이 되어도 흔들리는 그의 눈빛은 자신이 속한 자리를 확신할 수없는 거대한 조직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을 드러내주었다.

'데드맨' 에선 문명인이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고, '노바디' 라는 인디언과 교감을 이룬다.

지친 몸을 나룻배에 뉘우고 영혼과 육신의 완벽한 휴식을 찾아 몸을 맡긴 이 영화의 마지막 씬은 그의 이미지 파일에 중요한 한 장면을 보태게 됐다. 인디언의 피가 섞인 탓일까. 몽환적 눈빛에 방랑기와 불량기 혹은 사회적 부적응자같은 그의 이미지는 확신에 찬 타인들의 삶이 불안하고 피곤한 '도전' 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같다.

다만 그에게 전혀 피곤하지 않은 일은 하루 세 갑의 담배와 미국의 코미디 배우이자 감독이었던 버스터 키튼에 대한 흠모. 몇몇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이미지엔 버스터 키튼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가끔 폭력 사건을 저지르는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좌우명을 "우리는 순수를 잃은 시대에 살고 있다" 고 내세우는 조니 뎁. 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홉개의 문 (Nine Gates' 을 통해 또 한판의 '도박' 을 벌일 참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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