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정상합의 실천에 최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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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회담결과는 다른 때에 비해 고무적이다.

논의되고 합의된 내용이 외교적 수사 (修辭) 로 치장되지 않고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도 호감을 갖게 한다.

우리가 이번 정상회담에 유달리 관심과 기대를 가졌던 것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중요 계기일 수 있다는 데 큰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金대통령의 방미 (訪美) 는 단순히 동맹과 우호관계를 과시하는 전통적 외교차원 이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일차적 기대는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우리가 金대통령의 미국방문에 기대했던 것은 미국정부나 경제계로부터의 즉각적 지원을 끌어 내는 게 아니라 국가신용 회복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신용이 높아져 외국투자가들이 우리에게 눈길을 돌려야 경제회생의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투자가들이 미더워하지 않는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정부의 개혁의지에 신뢰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지도자가 지도력과 확고한 개혁의지를 보여 신뢰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이 金대통령의 미국방문에 관심을 가졌던 점은 이러한 역할이었다.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그러한 기대를 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국간 투자협정 체결원칙 합의, 금융위기 재발시 미국의 2선방어 지원자금 존재 재확인,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의 대한 (對韓) 투자보증사업 재개, 한.미경제협의회 재가동, 항공협정 체결 등이 우리를 고무하는 합의내용이다.

미국정부의 이러한 선택은 한.미간의 경제협력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할 뿐 아니라 미국정부의 정책의지를 밝힘으로써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구체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눈에 띄는 점은 경제분야뿐 아니라 다른 정책분야 협력관계에서의 상호신뢰 회복이다.

한.미간 외교관계는 상당히 오랜 기간 대북 (對北) 정책과 관련해 혼선을 빚어 삐걱거리는 인상을 주어 왔다.

한국정부가 일관성 없는 태도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뒷다리를 잡는다는 불평을 들어 왔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그러한 불신을 씻어 내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金대통령의 미국방문은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여건 (與件) 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단순히 여건마련에 안도할 일이 아니라 합의사항 하나하나가 실천에 옮겨져 구체적 성과를 거두도록 하는 정부 정책당국과 국민의 노력이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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