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음란단속 뜨거운 찬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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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이버 스페이스가 들끓고 있다. 검찰이 지난주 PC통신 성인정보서비스업체 관계자 22명을 무더기로 적발하자 PC통신에 이에 대한 찬반론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각종 성인정보의 판매업자 7명을 음화판매 및 반포에 관한 법률혐의로 구속했고 이들의 정보를 PC통신망에 올리도록 방조한 혐의로 한국통신.데이콤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이같은 검찰의 처사에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정보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인정보서비스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어섰기 때문에 벌써부터 단속됐어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관련업체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사전 검열을 하고 있는데 검찰이 굳이 나설 필요가 있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터넷의 외국 사이트를 뒤지면 더욱 음란한 정보가 많은데 국내 PC통신만 적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검찰의 이번 처사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향후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을 우려했다.

현행법상 '불온한' 정보에 대해 검찰이 확대해석을 할 경우 법망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95년 한국통신 노사분쟁사태때 정부는 노조측이 자기들만의 PC통신망을 통해 각종 행동지침을 내린다는 이유로 이를 폐쇄시킨 바 있는데 이때도 이에 대한 적법성을 두고 논란이 붙었다.

◇ 찬성 = 음란의 판단기준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라 (全裸) 누드사진이라도 가슴정도만 노출되면 예술성을 인정, 문제삼지 않았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아동섹스.동성애나 손발을 묶은 상황을 담은 변태적인 사진을 PC통신에 게재했다.

각종 음란물이 모니터에 떠오르는 것을 자동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성년자가 남의 ID를 도용해 성인정보서비스에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PC통신회사가 자신의 통신망에 이같은 음란정보가 흘러다니는 것을 막지 않은 것은 기업이익을 위해 사태를 방조한 혐의가 짙다.

지난해도 법원은 비슷한 사안에 전화회사에 책임을 물은 판례를 내린 바 있다.

◇ 반대 = 성인정보도 콘텐츠산업이다. 만약 정부가 이같은 단속을 강화할 경우 국내업체들이 외국에 나가 인터넷으로 별도의 서비스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고 오히려 플레이보이등 외국업체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성인정보는 성인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ID관리로 미성년자가 무단접속하는 사례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정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정보의 자유유통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음란물에 대한 단속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심의기구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사후 감시기능을 강화한다면 과도한 음란정보의 유통은 예방가능하다.

PC통신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도 문제다.

과거 PC통신에서 제공되는 정보량이 많지 않을 때는 모든 정보를 사전에 감시할 수 있지만 지금같은 정보의 홍수속에는 도저히 그같은 감시를 사전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대책 = 우선 미성년자의 ID도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

단순히 패스워드 한번만 입력하는 절차를 좀더 복잡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하여금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감시에 중점을 두게하고 음란정도가 심한 정보제공업체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

PC통신에 유통될 성인정보의 음란정도를 등급으로 매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도움말 주신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유의선 (柳義善) 교수 ^홍익대 법학과 방석호 (方碩晧) 교수 ^정보통신부 정보보호과 박정열 (朴正烈) 과장 ^정보통신윤리위원회 PC통신담당 김철환 (金哲煥) ^한국전산원 김현곤 (金玄坤) 선임연구원 ^소설가 정금애 (鄭錦愛)

이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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