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학다리 타법'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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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힘빠진 사자에게 학다리가 보약이 됐다.

한쪽 다리를 들고 때리는 '학다리 타법'으로 돌아온 이승엽(28.롯데 머린스)이 후반기를 산뜻하게 시작하고 있다.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치고 지난 16일 시작한 후반기 시즌 네 경기에서 10타수 3안타를 쳐 타율 0.300을 기록하고 있다. 3할대에 겨우 턱걸이한 것이지만 시즌 타율 0.234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진 성적이다.

특히 지난 19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긴테쓰 버펄로스와의 경기에선 오랜만에 2루타를 치며 한결 나아진 타격감을 보여줬다. 일본 무대 진출 이후 14번째 2루타. 이날 이승엽은 지난달 28일 이후 무려 21일 만에 1루수도 맡아 무난한 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승엽이 회복된 모습을 보이는 건 원래의 타격 자세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56개)을 세운 지난해를 포함, 이승엽은 한국에서 줄곧 학다리 타법을 써왔다. 왼손 타자인 그가 타석에서 앞쪽에 놓게 되는 오른발을 타격 순간에 높이 들어올렸다 대각선 방향으로 내딛는 자세. 배트에 힘이 실리면서 호쾌한 스윙을 할 수 있다. 스윙이 크다 보니 물론 단점도 있다. 하체가 흔들려 타격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아 변화구를 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발을 끄는 듯 낮게 들어올리는 자세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일본 투수들은 한국에 비해 다양하고 낙차가 큰 변화구를 던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간 익은 자세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다. 성급한 변신은 부진으로 나타났다. 시행착오 끝에 이승엽이 학다리 타법으로 회귀를 결정한 건 시즌 전반기를 마친 지난 11일이다. 휴식 기간 중 2군 경기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승엽은 이 경기에서 예전 스윙을 시험해 보기로 했고, 결과는 14일 경기에서 홈런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 경기를 계기로 다리를 들어올리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제 숙제는 변화구에 대한 헛스윙으로 많아진 삼진을 어떻게 줄이느냐다. 최근 네 경기에서 당한 삼진 수는 4개. 이승엽은 "(학다리)스윙이 전보다 마음에 들지만 일본 무대에 맞춰 보완할 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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