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선거이후 정국]'정계빅뱅 결전'전열 정비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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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4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여야 각 당이 체제정비를 위해 부산하다.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여권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권 모두 단단한 각오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등 여야 4당의 공통적 문제점은 리더십의 부재 (不在) 다.

3金씨가 빠진 공백을 메울 후속주자가 마땅치 않은 데다 3金씨 수준의 지역기반과 정치자금 조달능력을 가진 정치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계개편이라는 화두를 놓고 승자 (勝者) 는 승자대로, 패자 (敗者) 는 패자대로 작용.반작용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게 각 당의 최우선과제가 되고 있다.

◇ 국민회의 = 이번 선거의 유일한 승자인 국민회의는 야당 과반수의석 붕괴가 당면과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 수도권의원중 10~15명이 이미 입당의사를 밝힌 상태" 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열정비 방안 및 시기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조세형 (趙世衡) 총재대행은 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6월말 내지 7월초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체제를 개편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趙대행의 이런 구상에 아직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정계개편의 큰 그림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여건이 성숙해야 되며 따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金대통령의 남은 정치과제는 영남권으로의 지지기반 확대다.

이를 위한 정계개편 드라이브가 어떤 형태로 가시화될지가 향후 정국의 최대변수다.

◇ 자민련 = 6.4선거 결과 국민회의.자민련 연합세력의 위력은 충분히 과시했지만 공동여당으로서의 위상은 적잖이 손상됐다.

"공동여당이 아니라 여당의 보조정당으로 전락했다" 는 자조 (自嘲) 도 만만찮다.

당총재와 부총재, 3역의 지역구에서 기초단체장을 모조리 앗긴 데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다.

연합공천 및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난 당 지도부내의 심각한 균열상은 미봉하려 할 경우 당을 극심한 내분과 무력증으로 몰고 갈 위험성도 있다.

김종필 총리서리는 당직개편을 사실상 예고해 놓은 상태다.

자민련은 패배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여권 내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내각제 개헌논의를 조기에 가시화할 가능성도 있다.

◇ 한나라당 = 초미의 과제는 여권의 정계개편 시도를 저지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구심점이 필요하다.

탈당할 의원들을 설득하고 계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접목할 협상력과 리더십을 가진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

당장 조순 (趙淳) 총재는 강원지사 선거에서의 승리를 배경 삼아 당주도권을 확립하려 하고 있으며,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와 김윤환 (金潤煥) 부총재 등 비당권파와 수도권출신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소집을 통한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요구할 기세다.

이런 틈새를 노린 여권의 야당 허물기 작업도 효과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안팎의 불안요인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경우 영향력 강한 야당으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빅 뱅' 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 국민신당 =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명만을 건진 국민신당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따라서 핵분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상태다.

어느 정당과 제휴 내지 결합해 영향력을 행사할지가 최대과제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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