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전문출판사 문학동네,佛작품 '죽음의 행군'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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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만화에도 '본격' 이나 '예술' 등의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논의로 만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문학전문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예술만화를 표방하며 프랑스만화 '죽음의 행군' 을 선보여 화제. '죽음의 행군' 은 지난 94년 타계한 프랑스의 대표적 만화가 장 클로드 갈이 20여 년에 걸쳐 그린 작품 모음집. 정교하고 세밀한 선과 흑백의 질감이 어우러진 그림엔 만화라고 부르기에는 들인 공이 너무 지극하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쟁과 어우러져 컬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한국어판 역시 원화의 분위기와 선을 그대로 살리려고 가로 22.5㎝, 세로 30㎝의 국배판 제본에 특수 잉크를 사용했다.

처음 찍었던 2천 부의 인쇄상태가 좋지 않아 모조리 폐기했을 정도로 인쇄에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이 책은 '대성당의 비밀' '정복자의 군대' '아른의 복수'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시나리오 작가 3명이 함께 작업을 한 이 작품은 얼핏 위대한 영웅들의 서사시처럼 보이지만 보통사람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고뇌와 반성이 담겨 있다.

'대성당의 비밀' 부분은 어느 천재 건축가가 영주로 군림하던 성을 침략한 대주교의 이야기. 이 건축가는 대주교의 명령으로 평생 주민들을 희생시켜가며 대성당을 축조한다.

하지만 허영심에 사로잡힌 대주교가 완성된 성당에 놓인 포도주 잔을 드는 순간 성당은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

문학동네 강태형 사장은 "흥미 위주의 일본 만화풍 일색인 국내에 만화도 예술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강사장은 장기적으로는 만화 등용문을 만들어 좋은 작품들을 발굴해 볼 구상도 가지고 있다. 이 책과 성격은 다르지만 시공사에서도 그레이엄 헨콕의 역사 미스터리 '신의 지문' 의 만화판을 펴내는 등 우리 출판계의 만화관심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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