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홀란드 감독 영화'유로파 유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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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극장이냐 비디오냐. 정작 수입이 되고도 영화사 창고에서 햇빛볼 날을 기다리다 바로 비디오시장으로 풀려나갈 즈음에야 반짝 1.2주 극장개봉을 하곤 하는 것이 소위 '작품은 좋으나 장사는 안 될 듯한' 영화들의 운명. 안제이 바이다.크쥐스토프 키에슬롭스키 등 세계적인 영화 거장을 내놓은 폴란드혈통의 여성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유로파 유로파' 도 그런 신세를 면치못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앙극장에서 개봉, 현재까지 상영중인 이 영화는 극장에서 내려지는 대로 우일에서 출시될 예정. 안제이 바이다의 '당통' , 키에슬롭스키의 '블루' 등 자국선배들의 영화에 시나리오작가로 참여했던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체코 국립영화학교 유학시절 밀로스 포먼을 교수로 만났던 인연까지 합하면 명실상부한 동구권 영화계보의 적자 (嫡子) 인 셈.

'유로파 유로파' 는 91년 당시 독일 우파들의 반발 탓인지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대신 외국어영화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정작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은 골든글러브에서 받았다.

소련군 치하에선 공산당원으로, 독일군 치하에선 대소련 전쟁영웅으로 생존해 나가는 유태인 소년의 실화에 블랙코미디적인 통찰력을 가미, 호흡빠른 드라마로 풀어낸다.

주인공 마르코 호프슈나이더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것은 당시 이십대 초반의 줄리 델피. 음악은 키에슬롭스키 3색시리즈의 즈비그네프 프라이즈너가 맡았다. 홀란드 감독은 이후 할리우드로 건너가 '토탈 이클립스' (95) '비밀의 화원' (93) 등을 내놨지만 흥행.비평 양면에서 큰 재미를 못봤다.

이후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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